1년에 천편 가까이 영화를 제작하는 인도에서 영화는 크게 마살라 영화와 마살라 영화가 아닌 영화로 나뉜다. 마살리는 인도의 전통 음악극과 멜로, 액션과 같은 대중적인 장목 춤과 노래가 결합된 인도 영화의 독특한 장르로, 2004년 인도 영화의 최대 히트작 <비르와 자라>는 이러한 마살라 영화의 전형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사랑하는 자라의 행복을 위해 비행 대대장 비르는 22년간 옥살이를 한다. 비르의 누명을 풀어주기 위해 한 여변호사가 면회를 오고, 둘의 대화를 통해 비르와 자라의 운명적인 러브 스토리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할리우드와는 다른 볼리우드만의 장르 클리쉐가 차고 넘치지만, 여전히 인도 영화의 대표작을 <춤추는 무뚜>로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 역동적인 노래와 춤, 화려한 전통 의상과 매력적인 남녀 배우, 유려한 카메라 워크와 다채로운 로케이션은 <스타워즈>와 <타이타닉>이 깨지 못한 철옹성이 왜 그리 단단한지 느끼게 해 줄 것이다. 한편, 인도인 비르와 파키스탄인 자라의 비극적 사랑은 인도 정치의 최대 쟁점인 인도-파키스탄 분쟁을 상기시키는데, 22년의 시간을 뛰어 넘고 결합하는 비르와 자라의 모습에서 최근 어렵사리 조성된 양국간 화해무드가 분쟁의 종식으로 연결되길 바라는 초프라 감독의 염원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