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좋아하는 시람들은 ‘만약 전성기의 오정원과 전성기의 이창호가 맞붙을 수 있다면 누가 이길까’ 라는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푸른 연>, <도마적> 등을 만든 티엔 주앙주앙 감독의 최신작이자 장 첸이 주인공을 맡아 화제가 된 이 영화는 1914년에 태어나 열한 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 1930년대 초 일본 바둑계의 정상에 오른 이래, 당대의 고수들과 치수고치기 10번기를 두어 세계 바둑계를 제패한 오정원의 삶을 담은 영화다. 중일전쟁의 와중에서 일본에 남아 일본 기사들과 바둑을 투어야 하는 운명,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기타니 미노루 9단과 ‘신포석’ 을 함께 만들어 현대 바둑을 완성했던 일, 3일 동안 한 판의 바둑을 두어 상대방이 코피를 쏟으며 쓰러질 정도로 처절했던 치수고치기, 사이비 종교에 빠져 바둑을 중단하기도 했지만 재기하여 보란 듯이 우승했던 일, 교통사고와 그 후유증으로 결국 화려했던 기사생활을 접어야 했던 한 천재기사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고 있다. 마치 한 판의 바둑을 보는 것처럼 정적이고 아름다운 화면과 지극히 절제된 대사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티엔 주앙주앙 감독의 원숙한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