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는 이름이 같은 세 여자 혹은 한 여자의 꿈과 이상이 끝없이 유예되는 삶을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라스베가스를 지나, 알래스카에 이르는 몇 십 년간의 긴 여정을 통해 보여준다. 우리 자신들이 스스로 설정해 놓은 기회의 땅, 그곳이 미국이든 어디든 간에, 그곳은 언제나 낯설게 다가올 뿐이다. 그리고 모순적이게도 인간은 그러한 낯선 곳에서만 새로운 기회를 모색한다. 세상 어디를 가든 인간은 사회적 제도와 관습에 의해, 심지어 자신의 가족에게서도 소외되어 이방인으로 남는다. 로스앤젤레스 거리의 팜트리에서 야자수 열매가 열릴 거라는 이방인의 오해는 결국 현실 원칙에 따라 사람들이 소외되고 기회가 사람을 선택한다는 것을 증명해 줄 뿐이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지나라는 여성은 이러한 외부적 환경에 의해 자신의 꿈이 끊임없이 좌절당한다. 끝없이 유예되는 자신의 이상은 오직 달콤한 아이스크림으로 달랠 수밖에 없으며, 세상으로부터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고립된다. 결국 남은 것은 알래스카의 혹한 속에서 찾아낸 오로라뿐으로, 모순적이게도 손에 쥘 수 없는 환영만이 그녀가 이뤄낸 유일한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