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과 함께 돌아가신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는 연호. 어느 날, 시집간 뒤 줄곧 남편과 문제를 일으키던 여동생 미자가 연호에게 아들을 떠맡긴 채 자취를 감쳐버린다. 갑작스레 조카를 맡게 된 연호는 미자를 찾아 헤매지만 미자는 감감 무소식이다. 게다가 함께 살던 남동생마저 점점 형에게 반항을 하는가 싶더니 독립 선언을 해버린다. 부모님의 자리, 가족의 자리를 중시하는 연호에게 이 모든 상황은 불만스럽고 화가 날 지경이다. 그러던 중 부모님의 제삿날. 드디어 모습을 나타낸 미자가 티켓 다방 포주인 중년의 남자를 데려와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급기야 분노가 치민 연호는 동생들과 싸움을 벌인다. 김승현 감독이 연출한 <피는 멈추지 않는다>는 러닝 타임 내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연호의 분노로 팽팽한 긴장을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연호는 부모님이 살던 집에서 아버지의 자리, 큰 형의 자리를 지키려 하지만 동생들은 그런 그를 못 견디고 떠나간다. 동생들과의 불화와 자신의 자리에 대한 중압감에 대한 그의 해소는 결국 폭력적인 방식으로밖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완성도 있는 촬영과 편집은 물론이고 디테일한 연기 및 공간에 대한 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