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뛰어나고 악마주의적이며 풍자적인 이 영화는 어느 비 오는 가을날을 배경으로 파국에 이른 한 집단농장 사람들의 꿈, 음모 그리고 배신의 이야기를 서서히 풀어간다. 하지만 플롯은 도덕적이고 경험적인 무게로 가득한 개별 숏들과는 거의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타르의 카메라는 우리로 하여금 많은 시간 동안, 또 여러 공간에서 이 비열한 인물들과 함께할 것을 요구하는데, 그로 인해 우리는 그들의 삶과 계략에 깊이 관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감독은 이 영화의 형식이 원작소설과 마찬가지로 탱고의 스텝(전진 6스텝, 후진 6스텝)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러한 아이디어는 포크너적인 중첩적 시간 구조, 영화를 구성하는 12개의 섹션, 그리고 감탄을 불러일으킬 만큼 잘 안무된 카메라 무브먼트와 롱 테이크 등에 반영되어 있다. <사탄 탱고>는 <가을>의 집단적 상호작용과 <파멸>의 폐부를 찌르는 듯한 고독의 환기를 한데 엮어 하나의 서사적 구조물을 만들어낸다. 이 영화는 한 공동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적어도 세 개의 뛰어난 시퀀스들에서만큼은 고립된 개인들의 행위를 담아내고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소름 끼치는 장면은 한 어린 소녀와 고양이가 등장하는 부분으로, 그 폭력이 가공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사실적으로 보인 나머지, 많은 관객들이 오인할 정도였다. (거기에 등장했던 고양이는 이제 타르의 애완동물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그보다 훨씬 탁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매혹적이기 그지없는 세 번째 섹션으로, 여기서 타르는 만취해 혼미해진 한 늙은 의사의 고독한 움직임을 한 시간 내내 보여준다. 이 시퀀스가 사실 415분에 달하는 이 영화의 어떤 부분도 - 지루하거나 자기탐닉에 빠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그 의도의 특이성 때문이다. 그의 캔버스의 폭은 그가 말해야 하는 것의 광대함에 걸맞은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