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문학도 출신으로「플래쉬백」이라는 영화 잡지를 창간하고 다수의 책을 출판한 경험이 있는 에드가르도 코자린스키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는 다양한 장르와 시대를 오가며 수집된 영상들을 조합해 만들어졌다. 이렇게 수집된 영상들은 역사적인 사건을 보여주는 뉴스 필름부터 개인이 찍었을 법한사적인 필름까지 다양한데, 그 영상들이 전달하는 내러티브나 감정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단지 호치민부터 파리, 부에노스 아이레스 등 다양한 도시로 이뤄진 챕터가 이 영상들의 맥락과 의도를 짐작하게 만들 뿐이다. 다수의 책을 발표하고 글을 쓰는 작가로서 코자린스키 감독은 개인적 이야기들을 통해 역사의 우연성이 주로 드러내는 책을 발표해왔다. 그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이 영화는 감독이 선택한 여러 사적이고 공적인 필름들을 이어 붙이고 중간 중간 감독이 직접 촬영한 영상들을 삽입해서 의도되지 않은 의도 같은 것이 영화 전체를 통해 뿜어져 나오게 한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이 작품 중간에 삽입된 내레이션은 2001년 발표한 자신의 책인「오데사로부터 온 신부」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하나의 노트, 즉 문학적인 텍스트로 읽을 수도 있는데 이 영화의 요소가 되는 영상들은 마치 텍스트 조각처럼 편집되고 무언가를 인용하고 주석을 다는 것처럼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임경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