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서양미술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놓치기에 아까운 수작이다. 키르히너나 놀데와 같은 표현주의 화가들이나 야수파의 형태와 색채들이 시각적인 황홀함을 준다. 이야기도 어른스럽다. 완전한 색채를 가진 완성된 그림 속 알둔들과 미처 색이 다 칠해지지 못한 불완전한 할피들, 그들보다 더 불완전한 그려지다 만 스케치들 사이의 차별의 문제들을 인상적으로 다룬다. 사랑하는 할피인 클레어에게 아름다운 얼굴색을 찾아주기 위해 길을 떠나는 알둔 라모, 치맛단이 미처 그려지지 못한 자유로운 영혼 할피 롤라, 망가진 어린 친구에게 모습을 돌려주려는 스케치 퀼, 전쟁 그림 속 북치는 소년 마젠타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이 그림에서 저 그림으로 넘나들며 여러 경험을 함께 한다. 위험한 숲에 들어간 클레어의 꿈 장면은 세계 3대 애니메이터인 프레데릭 백의 초기작품‘뚜리엥’의 아름다운 메타모르포시스 장면에 대한 오마쥬로도 보인다. 또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함께 사용하는 화가의 아틀리에를 통해 자유를 찾아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롤라의 모습은‘마루 밑 아리에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계층의 문제를 섬세하게 다루면서 프랑스적 똘레랑스를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