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될 즈음의 레닌그라드를 배경으로, 체호프의 소설「로트실트의 바이올린」이 오페라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영화이다. 주인공은 클래식 작곡가인 쇼스타코비치다. 당시 개설한 작곡 수업의 제자였던 플레이쉬만이 참전하였기 때문에 완성하지 못한 곡을, 전후에 스승인 그가 홀로 마무리한다는 것이 영화의 주된 플롯이다. 1894년에 체호프이 쓴 단편소설은 이렇듯 70년 후엔 오페라가 되고, 이후 1995년에 다시 영화화되기에 이른다. 예술의 변천과 예술가의 고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플롯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레닌그라드의 음악학교에서 이뤄진 쇼스타코비치와 플레이쉬만의 관계가 영화의 시작부를, 이후 그들의 교감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그리고 가운데 40분 분량의 오페라영화가 별개로 덧붙는다. 이는 쇼스타코비치의 이야기를 다룬 메인 화면과는 전혀 다른 색을 지녀 이채롭다. 처음 코자린스키 감독이 이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게 된 이유는 쇼스타코비치의 회상록 <증언>의 몇 구절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글들은 영화의 후반부에 자막으로 삽입되니 주의 깊게 살펴보기 바란다. 또한 이 작품을 통해 감독은‘유태계 아르헨티나인이면서 동시에 프랑스에서 망명하기도 하였던 예술가’로서의 자기정체성을 드러낸다. 삽입된 오페라는 1996년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영화를 위해 특별히 연주한 것이며,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전문배우로서 립싱크 연기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