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이 잔뜩 낀 어느 날 아침, 알베르토는 두 아이들에게 유원지로 놀러 갈 것을 제안하고 아이들은 별 다른 반응 없이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들은 휴가 첫 날부터 몰아치는 비로 인해 구경은커녕 집 밖을 돌아다니기도 버거운 나날을 보낸다. 수영을 목적으로 여행 왔지만, 수영장에 갈 때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고역을 겪어야 하는 아버지의 쓸쓸한 모습은 ‘폭우’의 이미지와 오버랩 되어 잔잔하게 현실로 안착한다. <폭우>는 이혼 후 자식들과 소원해진 아버지가 어떻게 해서든 이들과 끈끈한 우정을 나누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다소 쓸쓸한 드라마다. 아버지의 노력과는 반비례하게, 가족이 움직일 때마다 몰아치는 비는 이 가족의 암울한 미래를 예지하듯 끈질기게 이들을 쫓아다닌다. 우중충한 날씨가 복선이 되어 아버지의 마음을 대변한다는 설정은 다소 클래식하고 작위적이지만, 이것이 발현되는 과정에서 보이는 아이들의 사춘기적 징후에 관한 묘사는 매우 유려하게 연출되었다. ‘비’라는 소재를 통해 가족 드라마에서 끌어낼 수 있는 가능한 한도의 모든 감정과 사건의 연계를 묘사하여, 희비극이 교차하는 잔잔하고도 교훈적인 드라마로의 변환에 성공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