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는 하릴없이 떠도는 외톨이다. 언제나 분주히 움직이지만 행동반경은 거기서 거기이다. 뉴저지에 있는 어머니의 집과 자신이 일하는 피자 가게, 지인들과의 어색한 파티, 그리고 거리. 어느 날 친구 마크가 폴란드 여행을 가는 동안 자신의 여행 판촉일과 필라델피아 아파트를 맡긴다. 무료한 일상에 변화가 있을 만도 하건만 마이크의 상태는 달라지지 않는다. 해질녘 어두운 버스 안에서 마이크는 덩그라니 홀로 남겨진다. 테드 펜트 감독의 <쇼트 스테이>는 일종의 도덕 이야기이다. 생활의 열의나 욕망이 실종된 것처럼 보이는 마이크의 말과 행동은 종종 웃음을 유발하지만 영화는 본격 코미디로 나아가지 않는다. 정처 없이 방랑하는 마이크의 정신적 여정은 홍상수 또는 에릭 로메르의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그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변한다 하더라도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마이크는 그저 마이크의 삶을 산다. 디지털 시대에 도리어 낯설어 보이는 35mm로 촬영한 이미지의 질감은 고풍스러움마저 느끼게 한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