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대 여배우 연이는 조감독 오선재와 충동적으로 결혼했으나 곧 이혼한다. 두 사람은 이혼 후에도 서로 좋은 동료가 되려고 하고 함께 작업한다. 두 사람의 연애담을 영화로 만들 기회가 생기자 두 사람의 협력관계에는 균열이 생긴다. 연이와 오선재는 사랑의 기억에 대한 소유권을 각자 주장하며 함께 작업한 시나리오도 찢어 나눠 가진다. 완전히 혼자가 된 연이는 유년기부터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한 오래된 두려움과 마주하고 엉켜버린 경력과 주변관계에서 새로운 출구를 찾는다. <우리 연애의 이력>은 미시적인 사건들에서 인물들의 굵은 내면의 주름을 잡아내려는 감독의 시도를 보여주지만 드라마의 전개와 인물의 주변 공기를 포착하는 것 사이에서 곧잘 망설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물들과 아주 냉정하게 거리를 두는 것도 아니면서 슥 다가가는 것을 망설이는 애매한 거리감은 감독이 이들 등장인물들의 인간적인 연약함과 단점을 수긍하는 지점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표식일 것이다. 착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