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진은 집을 나온 지 며칠이 지나 갑자기 생리를 하기 시작한다. 생리통으로 힘들어하는 혜진은 친구 수정의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쫓겨나듯 나온다. 혜진은 일자리를 찾고 생리대를 얻으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난다.
학교와 가정을 완전히 버리고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거리의 삶을 살아가는 가출팸들의 세계가 한 편에 있다면, 그 모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제도의 폭력에 타협하고 시들어가는 청소년들의 세계가 다른 한 편이 있을 것이다. 적어도 십대를 주인공으로 삼은 최근의 영화들에서라면 그렇다. 그런데 여기 그 양극단의 경계에서, 우리가 그간 본 적 없는 방식으로 위태롭고 절실하게 하루하루를 겨우 견뎌가는 자의 진짜 현실이 있다. 교복을 입고 지독한 생리통으로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소녀에게 지금 가장 절박한 문제는 하교 후 하룻밤을 보낼 곳을 찾는 일이다. <썬데이>는 육체적인 고통을 무릅쓰고 머무를 거처를 찾아 헤매는 소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그녀의 질기고도 지친 행로를 따라가는 일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세상으로부터 방치된 상태에서도 비굴해지지 않으려 애쓰는 소녀의 안간힘이 영화를 지탱한다. 안온한 휴식의 시간인 ‘썬데이’가 누군가에게는 어떻게 해서든 버텨야만 하는, 일주일 중 가장 막막하고 가혹하며 비참한 시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남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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