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연옥의 아들이 죽었다. 이후 연옥은 아들이 즐기던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들이 만든 캐릭터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연옥은 점점 더 세상과 멀어진다. 연옥 옆에는 이제 아무도 없다.
연옥은 한없이 서툴다. 그래서 그녀를 바라보는 일은 너무나 답답하고 안타깝다. 아들을 떠나보낸 후 아들이 하던 게임의 레벨을 올리는 일이 유일한 취미가 되어버린 이후에 연옥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그리고 그들에게 애정과 호의를 표현하는 일이 서툴러졌다. 외로움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그녀는 주변 사람을 부담스럽게 하는 사람이 되어 간다. 임상수는 그런 그녀를 섣불리 동정하려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슬픔을 외면하지도 않는 뛰어난 균형감각을 보여준다. 임상수의 과장하지 않는 연출은 연옥의 이해하기 힘든 집착과 행동마저도 그녀를 향한 관객의 감정적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한다. <곳에 따라 비>가 보여주는 이러한 정서적 힘은 임상수의 연출이 연옥 역의 김소희의 연기를 만났을 때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다양한 표정의 얼굴뿐만 아니라 구부정하게 털썩 주저앉은 뒷모습마저 연옥의 슬픔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녀의 연기는 우리가 연폭의 슬픔이 비와 함께 씻겨 가기를, 그렇게 연옥이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안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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