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숙의 집은 바람 잘 날이 없다.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지 않는 백수 남편, 돈 빼 갈 궁리에 여념이 없는 지질이 삼촌,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아들, 매사에 삐딱한 반항적인 여중생 딸까지 제대로 된 인간이 하나이라곤 찾아볼 수?없다. 이 문제적인 가족의 가장 노릇을 하는 경숙은 신앙에 의지하여 고된 일상을 버틴다. <그녀의 가족은 잘못이 없어>는 붕괴되어가는 가족을 염려하거나 근심하지 않는다. 하나같이 한심하고 아슬아슬한 사람들이지만 위협받는 가족제도의 복구를 주장하거나 애석해하는 기색이 여기엔 없다. 경숙에게 가족은 처치 곤란한 멍에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위태로운 관계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 대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대신, 인간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끌어안으면서 인정하는 어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생활의 실감을 살려낸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조화롭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