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안개>는 마스터피스에 대한 창조적인 개작이다. 가이 매딘과 그의 파트너 에반 존슨, 갈렌 존슨은 히치콕의 <현기증>(1958)에 대한 상상적 평행우주를 만들어냈다. <현기증>의 무대가 된 샌프란시스코에서 촬영한 영화와 TV쇼 클립을 편집한 이미지는 ‘크로노스 콰르텟’의 라이브 스코어와 병합된다. 약 200편에 달하는 레퍼런스 푸티지에서 발췌한 쇼트는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현기증>과 연결된다. <녹색 안개>는 쇼트와 시퀀스, 의식과 정념의 차원에서 아찔한 시각 경험을 제공한다. ‘현기증’을 흉내 낸 멜 브룩스의 <고소공포증>(1977), 마들렌을 바라보는 스코티의 의식을?지시하는 박물관 푸티지 등. 마들렌의 목걸이를 보았을 때 스코티의 감정은 돈 시겔의 <신체 강탈자의 침입>(1956)에 나오는 도날드 서덜랜드의 괴성으로 치환된다. 지가 베르토프의 <카메라를 든 사나이>(1929), 발터 루트만의 <베를린-대도시 교향곡>(1927)을 연상케하면서?시네필리아의 경이를 보여준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