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에서 일하는 루트는 신실하며 가족과 직장 모두에 충실한 인물이다. 스위스 중부 지역에서 남편 그리고 10대 딸과 함께 사는 루트의 삶은 단조롭기도 하다. 시몽 자크메 감독의 두 번째 영화인 이 작품은 교회, 집 그리고 실험실을 오가며 건조해진 루트의 삶이 흔들리는 순간을 담아낸다. 20년 만에 자신의 과거 연인이 감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불안한 마음이 커진다. 그는 살인죄로 감옥에 갔지만 루트는 그의 무죄를 믿었다. 마치 유령처럼 나타난 연인은 루트에게 자신과 함께 떠나자고 한다. 영화는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를 기이한 순간들을 보여주고, 남편과 교회의 사람들은 그녀에게 악령이 깃들었다며 엑소시즘을 시행한다. 이 기묘한 상황 속에서 점점 더 강렬한 초현실주의적 상황들이 연출된다. 루트가 새롭게 이어붙인 원숭이의 머리와 몸은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영화는 이 순간을 루트의 상황에 대입하여 관객들에게 질문한다. 그녀의 새로운 삶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인지.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