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제각각이지만 이에 별 관심이 없는 동갑내기 형제가 있다. 장남은 괜히 우울한 척, 센티한 척을 하는 퀵서비스맨. 둘째는 아버지를 우습게 여기지만 그래도 제일 효자이다. 아버지 장수로는 한때 아들을 점지하기 위해 찾아온 여자들에게 자신의 씨를 나누어 주었던 이력이 있다. 거기다가 뒤늦게 집에 합류한 아들까지 총 네 남자가 한 지붕 아래 산다. 발랄했던(?) 네 남자 앞에 한 여자가 등장하게 된다.
<귀여워>는 곧 철거될 낡은 아파트에 사는 네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다. 한물간 박수무당 장수로를 축으로 배다른 세 아들이 동시에 한 여자를 욕망한다. 패륜에 가까운 이야기인데도 <귀여워>는 천방지축 발랄하다. 감독 김수현은 롱 테이크 스타일로 등장인물들의 곁에서 얼쩡거리는 듯 하다가 어느 순간 그들에게 다가가 잠시 그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을 듯한 착각에 빠뜨린다. 사람이 하나둘씩 떠난 뒤 인적이 끊기고, 맹랑한 꼬마들이 불장난을 하며 돌아다니고 있는 잿빛의 아파트 철거촌에서 죄의식과 도덕은 일찌감치 매장되었다. 그 막장의 분위기에서 등장인물들이 꺼내는 욕망은 슬퍼 보인다. 21세기에 등장한 영화들 가운데 가장 이해받지 못한 귀한 작품이 <귀여워>다.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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