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람들>은 임상수식 대담한 역사 해석의 야심작이다. 절대 권력자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사건을 일종의 블랙코미디로 접근한다. 영화 초중반, 대통령이 죽어 널부러진 만찬장에서 인근 공간으로 서서히 이동하는 카메라는 이 암살극의 엑스트라로 동원돼 죽어 간 이들의 육체에 시각적으로 묵념을 바친다. 그 후 영화는 다시 신중하게 위치를 재조정한다. 권력자가 죽은 후 그 권력의 공동상태에서 수습할 길을 찾지 못한 대한민국 권력 상층부의 한심한 소동극을 담는다. 감정적으로 부산한 그 소동극은, 박정희의 죽음에 대한 일체의 해석을 배제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드러낸다. 통쾌감 또는 적대감의 극단에서 <그때 그 사람들>은 태연하게 자리하고 있다.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