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보 라프문드의 스타일은 공간을 가로지르는 여행으로 간단하게 정의될 수 있다. 실험음악 작곡가 윌리엄 바신스키의 작업에서 영감을 얻은 장편 데뷔작 <사이코히드로그래피>(2010)는 일련의 도시, 자연경관들과 단속적으로 건너뛰는 턴테이블 바늘 소리를 병치한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의 존재론적인 초상인 <테크토닉스>(2012), 800마일에 이르는 알레스카 횡단 송유관을 따라 진행되는 <토포필리아>(2016), 로스앤젤레스를 관통하는 110번 도로를 따라가는 <로스앤젤레스>는 문화, 정치적으로 정의되는 대륙과 대륙, 영토와 영토 간의 지형학적인 연대기이다. 라프문드의 영화에서 사운드는 비주얼을 보완하는 독창적인 구성요소이다. 소리는 자연의 세계와 영화의 상관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커지거나 작아지지만, 촬영이 이루어진 장소 또는 그 주변에서 채록된 것들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 전시되는 <로스앤젤레스>는 번잡한 도시의 소음들, 졸졸 흐르는 물소리, 자동차 경적 소리, 바람 소리 등 해독할 수 없는 사운드들을 통합한다. 정치적, 사회적 쟁점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강력한 몽타주의 리듬이 끊임없이 서사를 추동하게 만드는 라프문드만의 방법론은 독보적이다.

1978년 영국 런던 출생. 피터 보 라프문드와 협업하여 MOMA, 바비칸센터를 비롯한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를 진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