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초등학교 칠판 위에 쓰인 ´童話故事´라는 글귀 아래 아이들이 나와 동화를 구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천진한 동화 내용과 달리 아이들은 끝내 서로 자기가 먼저 발표하겠다고 자기만 옳다고 친구들을 밀쳐댄다. 세상은 이제 아이들조차 순수하게 동화 같은 세상을 꿈꿀 수 없을 정도인가. 이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주인공은 바로 한 자루 총이다. 우습게도 총은 자신의 어깨에 지워진 운명을 거부한다. 긴 세월 피비린내 속에 살아온 삶에서 벗어나 휴식과 평화를 찾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총의 바람은 자신을 소유하는 사람들에 의해 무참히 무너진다. 총의 험난한 여정은 홍콩 몽콕의 공중 화장실에서 대륙의 션쩐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포르노 비디오배우를 하는 나이 어린 건달, 기둥서방에게 맞고 사는 창녀, 무단횡단 단속에 적발되어 경찰에 쫓기는 샐러리맨, 아동 납치 매매단의 두목 등에게 총은 만족과 공포를 동시에 안겨주면서 여러 용도로 사용되지만 결국 결말은 모두 비참하다. 중간 중간에 삽입된 뉴스 화면은 앞 에피소드를 정리하고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는 다리 역할을 하는 동시에 사건에 대한 냉정한 거리두기를 가능하게 한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건 사고의 뒷이야기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기도 하고 시간의 순서를 뒤섞기도 하는 자유분방한 스타일과 현란한 화면 연출은 <메이드 인 흥콩> 등에서 촬영과 편집을 맡았던 감독의 연출 데뷔작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