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과 논쟁을 촉진하는 제제, 논란을 야기하는 세계관, 혁신적인 영화 스타일을 가지고 영화 지형의 전위에 선 작품들을 소개하는 ‘프론트라인’은 가장 기이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제작들의 모음집이다. 올해도 국가, 장르, 화법을 불문하고 안주를 거부하며, 취향을 도발하고, 내용과 형식의 쇄신을 기도(企圖)한 작품들을 선정하였다.
2018년 국제영화제 커뮤니티의 최고 화제작 중 하나였던 888분에 달하는 마라톤 영화 <라 플로르>를 필두로, 병들어가는 중국사회의 풍경을 유튜브라는 신종 미디어의 틀로 조망한 파운드 푸티지 영화 <프레젠트. 퍼펙트.>는 시네마라는 예술형식의 분화를 흥미롭게 증언한다.
통독 30주년을 맞아 오욕의 독일 역사를 반성적으로 돌아보는 <시간 속의 공간>, 텍스트와 이미지, 애니메이션 등 영화 언어의 원소를 십분 활용하여 국가권력의 폭력에 의해 사라진 자들을 부활시키는 <지워진 자들의 흔적>, 주류의 흐름에 저항했던 과거 영화를 소환해 패배주의로부터 탈주하려는 <우리의 패배자들>, 예술적 자의식과 불모의 현실 사이에서 동요하는 다큐멘터리 <스틸 레코딩>, 1970년대 급진 페미니스트로 성장해가는 여배우 델핀 세리그와 영화감독 카롤 루소풀로의 비디오 공동작업을 다룬 <델핀과 카롤> 등은 역사, 정치, 인간, 예술의 관계를 급진적인 형식으로 다룬다.
이외에도 어머니를 잃은 ‘루저’ 경찰관의 기이한 오디세이를 담은 <썬더 로드>, 섹스 노동자의 교정되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을 좇아 세대, 젠더, 미디어, 윤리를 묻는 <에바를 찾아서>, 아나키즘과 카니발리즘, 슬랩스틱 코미디를 뒤섞은 <가마가사키 가마솥 전쟁>, 네오나치 테러리스트 집단을 소재로 폭력과 파시즘의 심부를 건드리는 어두운 우화 <독일. 겨울 이야기>, 요점이 없는 갈지자 내러티브를 통해 상실의 시대를 풍자하는 <블론드 애니멀> 등 불편한 당대의 진실을 직면하도록 하는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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