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
기간6.27(토)~10.4(일)
운영시간 10:00~19:00 (입장마감 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주최 전주국제영화제, 예술의전당, ㈜아트블렌딩
주관 ㈜아트블렌딩

 

큐레이터의 말 - 고요한 밤, 피어나는 죽음의 퍼핏

“죽는다는 것은 없다. 생명이 없다는 것은 단지

알려지지 않은 삶의 형태를 숨기는 변장일 뿐이다.”

— 브루노 슐츠

백 년이 훌쩍 넘은 시간을 간직해 온 벼룩시장.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퍼핏과 여러 물건들은 애니메이션 장인인 퀘이 형제의 예술 세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 왔다. 수많은 이들의 손을 거쳐, 이제는 그들 앞에 놓여있는 이 물건들의 침묵을 퀘이 형제는 자신들의 독특한 해석으로 각각의 전생과 특별한 사연을 만들어 내었고, 이것은 무의식의 동화 같은 그들의 애니메이션 세계를 구축했다. 40여 년간 이어져 온 퀘이 형제의 작업은 수 세기를 묵묵히 지나온 이 물건들에 담긴 비밀이 피어날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 온 것이다.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는 퀘이 형제가 구축해 온 ‘사적인 예술의 역사’를 명확히 보여준다. 그들의 초기 작업부터 드로잉, 설치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최신작 ‹인형의 숨› 도미토리움에 이르기까지, 이 전시에서는 퀘이 형제가 잊혀진 존재와 이야기 혹은 그저 지나칠 법한 각주나 모호한 첨언들을 수집해 그들이 어떻게 예술 세계로 구축했는지를 볼 수 있는 자리이다. 특히, 각각의 도미토리움은 최초의 아이디어는 언뜻 사소하게 시작되었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질주한 시공간의 폭과 상상력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는 집약된 하나의 세계이다.

일란성 쌍둥이인 퀘이 형제의 작업은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 연극과 오페라 무대 디자인, 그리고 전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현재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그들의 설치 작업은 도미토리움으로, 영화의 배경이자 그 세계를 표현한 서른 개의 디오라마이다. 라틴어에서 ‘방’ 혹은 ‘잠’을 뜻하는 도미토리움은, 퀘이 형제에게는 일종의 수면 상태에 있는 퍼핏과 물체의 공간을 상징한다. 유리에 둘러싸인 도미토리움을 관찰하는 것은 관객에게 모든 것이 체험으로 이루어진 21세기에서 갑자기 16세기로 이동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기 전 ‘경이의 방 혹은 호기심의 방(분더캄머)’으로 불리던 시기, 물건은 전리품으로 볼 수는 있지만, 만질 수는 없는 것이었다. 모든 작품을 눈으로만 관람해야 하는 이 경험은 과연 촉각이 시각과 교환 가능한가 혹은 시각은 촉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창작을 하는 예술가에게 더욱 높은 수준의 도전을 요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감각의 침투라는 요소는 더 사실적이고 섬세한 예술품 창작에 대한 열망으로 퀘이 형제의 작품 세계를 주도해 왔다. 죽은 것처럼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물체에게서 생생한 육체적 감각을 느끼게 하는 것, 초라한 재료들로 매우 외설적인 세트를 만들어 내는 것, 단단히 묶여있던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너무도 쉽게 허물어 버리는 것 — 이를 통해 우리가 갖고 있는 의식을 초월하는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퀘이 형제가 예술에 대해서 갖고 있는 목표가 아닐까.

이번 전시는 퀘이 형제가 오랜 시간을 들여 손으로 가공한 기억과 모험이라는 순수한 환상이자 어떤 존재의 생을 들여다보고 기리는 제단으로서의 ‘도미토리움’을 직접 두 눈으로 관찰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고요한 밤, 퀘이 형제의 꿈속을 헤매는 듯한 미로를 돌아다니며 우리에게 침묵으로 일관하던 퍼핏과 물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문성경 프로그래머

관련 작품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