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와 더불어 성장해 나갈 감독들을 찾는다(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 이상용·장병원 프로그래머)
2018-05-05 21:56:00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사전예매율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영화제 상영작의 프로그래밍을 맡고 있는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 이상용, 장병원 프로그래머는 "영화제 프로그램에 대한 관객의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 자평한다. ‘영화 표현의 해방구’라는 슬로건으로 대변되는 전주국제영화제 특유의 급진적이고 도전적인 노선을 고수하되, 대중과의 접점을 잃지 않으려는 세 프로그래머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의 성과를 자평한다면.

이 상 용 먼저 지난 해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성과가 좋았다. 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가 국내 극장가에서 흥행했고(누적관객수 185만명), <초행>의 김대환 감독이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주목할만한 아시아 신인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직접 수입한 18회 개막작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가 지난해국내 극장 개봉해 만명 관객을 돌파하는 등 영화제 이후에도 지속되는 시스템의 기초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장편 제작 지원 프로젝트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작이 기존 세편에서 다섯 편으로 늘어났다.

김 영 진 전주시네마프로젝트가 앞으로 지속되려면 확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재원 조달에 대한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어려움을 무릅쓰고라도 외적 성장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지원작 선정 기준은 분명하다. ‘앞으로 전주와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감독인지가 가장 중요했다. 올해 19회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전주국제영화제엔 신인 감독들을 꾸준히 후원하고 그들이 중요한 감독이 된 뒤에도 관계를 맺어나가는 네트워킹에 대한 역사성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영화제는 그들을 껴안고 함께 성장해나가는 방향이 되어야 할거다.

연출자와 영화 전문가들이 관객과 만나는 클래스 프로그램의 확장도 주목할 만하다.

이 상 용 양적인 측면에서 클래스 프로그램을 예년보다 두배 가까이 늘렸다. 일반 극장에서 소화하는 영화 토크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를 고민했다. 그 결과 영화의 전방에 위치한 문제작들을 더 깊이 살펴보는 프론트라인 클래스와 평론가들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시네마톨로지의 몇몇 클래스 등 다양한 방면으로 프로그램을 확장했다. 1년 내 국내 개봉한 한국영화 신작이 아닌, <곡성>(2016)의 시네마 클래스를 진행하는 이유를 묻는 분들도 많더라. 이벤트이기도 했지만, 개봉으로부터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난 뒤 한국영화와 감독을 재조명해 한국영화의 흐름에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의미도 있었다. 클래스 프로그램의 이벤트화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최근 우리의 주력 지역은 남미"라고 말했다.

이 상 용 장병원 프로그래머의 별명이 ’라틴 장’이다.(웃음) 아르헨티나와 칠레가 특히 전주 프로그래밍의 강점이라 할 만하다. 남미 지역 거장의 신작을 소개하는 한편 새롭게 떠오르는 감독들을 포용하고자 한다.

장 병 원 전세계 영화의 흐름을 살펴보면 대단히 새롭고 도전적이며 급진적인 영화들이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우리의 프로그래밍 또한 남미영화의 강세가 자연스럽게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남미지역이 양질의 수작이 많은 반면 영화산업적으로는 굉장히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영화제라는 이벤트를 통해 대대적으로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20회 영화제를 앞두고 있다. 향후 계획은.

이 상 용 지난해 영화제부터 전주 돔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영화의 거리가 ’객리단길’이라 불리며 전주 지역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는데, 상권이 살아났다는 건 문화가 들어올 수 있는 틈이 넓어지고 있다는 징후다. 지금의 전주가 대한민국에서 영화제를 열기 가장 좋은 조건과 환경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영화제 기간뿐만 아니라 상시적으로 영화 문화를 향유하는 데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전용관을 설립한다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 장영엽·사진 백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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