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안소니 바이온)
2018-05-07 23:49:00

<기도하는 소년>(감독 세드릭 칸)의 주인공 토마는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 마약 중독 때문에 삶이 산산조각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외딴 산골 공동체는 몸을 회복하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조금만 건드려도 부서질 것 같은 토마를 연기한 배우는 프랑스 출신인 안소니 바이온이다. 금단 증상 때문에 폭발 일보 직전의 모습부터 온화한 얼굴까지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솜씨가 신인답지 않게 노련하고, 그래서 놀랍다. 그게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가 안소니 바이온에게 남우주연상을 건넨 이유일 것이다. 신작 준비 때문에 4~5kg 감량해 홀쭉해진 안소니 바이온을 만났다.

토마라는 인물에 어떻게 공감했나.

토마는 인생에서 성공하지 못할까봐 두려워한다. 나 또한 배우로서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종종 불안함을 느낀다. 그런 외로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또, 한 영화 안에서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시나리오가 드문데 이 작품은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어떤 준비를 했나.

힘든 촬영이 될 것이니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매일 체력을 단련했다. 또,영화에서 보여주지 않는 토마의 과거를 상상하며 준비했다.

당신이 만들어낸 토마의 전사(全史)가 궁금하다.

어린 시절부터 어렵게 살았을 것이다. 부모로부터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애정결핍이 있고, 결국 버림을 받아 다른 가족과 살았을 것이다. 12살 때부터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다가 급기야 마약까지 손을 댔을 것이 다. 이후 10년 동안 이런 악순환이 반복됐을 것이다.

약 중독 때문에 예민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감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마약을 해본적은 없지만 나 또한 토마처럼 폭발할 듯, 말 듯 하는 상태일 때가 많다. 그걸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다.

수녀님에게 거짓 고백을 했다가 뺨을 맞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독일배우 한나 쉬굴라가 수녀를 연기했는데.

그는 뉴 저먼 시네마를 이끈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배우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배우가 연기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지켜보는 게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한나 쉬굴라가 내 뺨을 살짝 건드리자 세게 때려달라고 요청했더니 정말 세게 치셔서 굉장히 아팠다.(웃음)

토마의 마지막 선택은 감동적이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자신과 남에게 거짓말을 했던 그가 처음으로 마음의 소리에 응답한 것이다. 그렇다고 신앙을 완전히 버린 건 아닐 것이다. 여전히 신앙은 토마 인생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어쩌다가 배우가 되었나.

어린 시절 <라이온 킹>(1994) 같은 디즈니 영화를 보면서 자랐다. 이후 많은 영화들을 보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농사일을 하시고, 주변 환경이 영화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까닭에 혼자서 인터넷을 통해 오디션을 찾아다녔다. 처음에는 거절을 많이 당했지만 점점 많은 역할을 맡게 됐다.

베를린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이 앞으로 연기하는데 어떤 영향을 끼칠 것 같나.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상을 받은 덕분에 많은 감독님들이 내 연기를 신뢰하게 되었고, 앞으로 원하는 역할을 맡기 수월할 것 같다. 어쨌거나 앞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글 김성훈·사진 박종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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