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가 발아할 ‘터’를 만든다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
2019-05-03 11:15:00

“활기 넘치는 독립영화들을 보면 함께 젊어지는 기분이다.”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는 최근 2000년대 한국영화의 경향을 진단한 평론서 <순응과 전복>을 집필하는 동안 “새삼 독립, 예술영화의 가치와 즐거움을 되새겼다”고 회상했다. 올해 영화제는 그 생생한 감흥을 반영한 프로그램들로 가득하다. 20회를 맞이한 전주국제영화제는 시대의 필요에 호응해 더 큰 도약을 준비 중이다.

20주년을 맞이해 ‘영화, 표현의 해방구’를 기치로 내걸었다.

독립, 대안, 디지털이라는 전주의 모토는 신선했지만 이제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디지털은 보편화 되었고 극장 플랫폼도 급변하고 있다. 패러다임이 전환된다는 건 가능성이 폭발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순수영화의 개념 역시 변화, 확장 중이다. 설치미술과 영화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 미술관에서 영화적인 것을 도입하는 것처럼 거꾸로 극장에서 다른 것들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 흐름을 적극적으로 껴안고 관객과의 접점을 넓혀 나가려 시도 중이다.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다. ‘백 년 동안의 한국영화’ 섹션에서 선보이는 영화들은 당대의 도발적인 활력으로 가득하다.

상업, 독립 가릴 것 없이 최근 한국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지점이 도발적인 활력과 모험심이 부족하다는 거다. 무모하지만 새로운 재미를 시도하려는 에너지로 넘쳤던 영화들을 상영해 그런 기운을 되살리고 싶었다. 동시에 독립 영화가 스스로 쌓은 성에 갇히지 않고 대중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창구도 필요하다. 현실의 팍팍함과 부조리를 다루되 일탈의 상상력과 신선한 에너지도 있었으면 한다. 첫 장편 <델타 보이즈>(2016)로 전주를 통해 기회를 얻고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고봉수 감독이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역시 발굴과 확장의 창구가 되기 위한 꾸준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독립’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했다. 독립영화의 범주와 개념도 계속 변화 중이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앞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독립영화는 어떤 모습인가.

작년 디즈니에 이어 올해는 스타워즈를 아카이브 프로그램으로 선정했다. 디즈니도 한 땐 마이너 스튜디오였고, 스타워즈도 처음에 제작될 땐 리스크가 큰 프로젝트였다. 독립영화들은 현재의 주류는 아니지만 미래의 주류가 될 수 있는 싹을 품고 있다. 영화제의 존재가치는 개별적인 씨앗의 총아를 모아 싹을 틔울 수 있는 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모험심 넘치는 독립영화를 발굴하고 확장성에 기여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역할이라 믿는다. 올해 소개된 영화들 어떤 작품을 보더라도 그 가능성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글 송경원·사진 백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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