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을 멈추지 않는 한 길은 끝나지 않는다” <옹알스> 차인표, 전혜림 감독
2019-05-07 15:35:00

“길은 어디에나 있다.” <옹알스>는 12년간 전 세계를 다니며 한국 코미디를 널리 알린 넌버벌 코미디 퍼포먼스팀 ‘옹알스’가 꿈의 무대인 라스베가스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차인표 감독은 자신의 첫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를 위해 단편 작업을 함께 한 신예 전혜림 감독과 함께 했다. 2018년부터 시작된 1년 간 촬영은 ‘옹알스’의 해외 진출 프로젝트만큼 감독들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찍는 자와 찍는 대상이 함께 성장하는 시간. 그것이 다큐멘터리다.

첫 장편 연출을 다큐멘터리로 선택했다. <옹알스>를 찍기로 결심한 계기가 무엇인가.

차인표 옹알스 팬이다. 시작은 그들의 라스베가스 진출을 돕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후엔 이 친구들의 진심이 궁금해졌다. 전혜림 감독은 <마이 보이>(2014) 연출부 때 인연을 맺고 눈 여겨 보고 있다가 내가 제작사를 만든 후 바로 섭외를 했다. 전주국제영화제라는 마감이 없었으면 아직 찍고 있었을 거다.(웃음) 이번 작업을 통해 다큐멘터리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걸 배웠다.

재미난 겉모습과 속사정은 다르기 마련이다. 영화는 옹알스의 성공담이 아니라 항상 넘치는 에너지로 웃음을 전하는 옹알스의 또 다른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전혜림 옹알스도, 우리의 이야기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처음에 생각했던 옹알스의 모습과 실제 그들의 고민, 현실은 판이하게 달랐다. 옹알스에게 라스베가스가 도전대상이었다면 우리에겐 옹알스가 그랬다. 그들에게 다가가는 시간을 겪어내며 영화인으로서는 물론 인간적으로도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진심이 묻어나는 솔직한 시선이 인상적이다. 애초의 목표는 옹알스의 라스베가스 도전기였지만 찍으면서 상황도, 시선도 바뀌어간다.

차인표 원칙은 두 가지였다. 거짓말하지 않기. 그리고 옹알스에게 어떤 식으로든 응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솔직히 말해 옹알스는 방송에서 잘 풀리지 않은 코미디언들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공연을 하기 여의치 않으니 에든버러 등 해외로 진출해 스스로 길을 개척한 거다. 존경받아 마땅하다. 인생을 살면서 배운 게 있다면 내 앞에 하나의 문이 닫힐 때 반드시 어딘가에서 다른 문이 열린다는 사실이다. 길은 하나가 아니고 걸음을 멈추지 않으면 길은 이어지기 마련이다. 막막한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이 <옹알스>를 보며 위안과 희망을 얻으셨으면 좋겠다.

글 송경원· 사진 백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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