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기억, 무의식 그리고 영화 <프랑스여자> 김희정 감독
2019-05-09 10:56:00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한국에 돌아온 40대 여성 미라(김호정)가 주인공인 <프랑스여자>는 시공간의 재배치, 기억의 차이를 통해 영화적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신작 <프랑스여자>로 전주를 찾은 김희정 감독은 올해 한국경쟁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한국경쟁 심사위원이다. 심사하며 느낀 점은.

한국영화의 음악 사용이 감상적이고 사운드가 취약하다는 걸 느꼈다. 더불어 창작자로서 무엇이 영화적인가에 대한 고민도 할 수 있었다.

<프랑스여자>는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영화인가.

외국에서 오랫동안 경계인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변에 여럿 있다. 그들을 보면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일이란 상당히 고단하겠구나 싶더라. 또 다른 측면에서 미라는 일상인과 예술인 사이의 경계에 있다. 영화에서 미라만이 유일하게 예술을 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미라는 예술적 취향이 좋은 사람이다. 경계인이면서 고고한 프라이드를 가진 한 인간의 초상에서 시작한 영화다.

미라를 제외한 인물들이 모두 영화감독, 연극연출가, 배우다.

실제로 과거에 연극을 공부했던 경험이 영화의 바탕이 됐다. 우디 앨런이 자주 했던 테마 중 재능은 없는데 예술을 하고 싶어 하는 예술가 지망생들 이야기에도 관심이 있다. 미라뿐 아니라 영화감독 캐릭터인 영은(김지영)에게도 감독님의 모습이 적극 반영된 것 같다. 선천적으로 낙천적인 사람과 선천적으로 비관적인 사람에 대해 생각했다. 원래 “너는 예술을 한다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낙천적일 수 있어?” 라는 미라의 대사가 있었다. 미라에겐 영은에 대한 질투의 마음과 영은이 예술가로서 더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런 층위의 얘기가 애초엔 더 들어있었다.

전작 <설행_눈길을 걷다>(2015)에서도 그랬지만 <프랑스여자>에선 더 적극적으로 꿈, 기억, 환상을 활용한다.

<설행_눈길을 걷다>로 예테보리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관객 중에 누군가 이 영화를 보고 마술적 리얼리즘이 떠올랐다고 하더라. 확실히 내가 판타지, 꿈,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기억이라는 테마, 기억의 차이나 오해되는 기억들에 관심이 많다.

차기작 계획은.

17살 여자 아이가 주인공인 <미래는 빛나는 별이다>를 준비 중이다. <열세살, 수아>(2007) 이후 다시 십대의 이야기를 하는데, 기성세대로서 젊은 세대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글 이주현·사진 박종덕 객원기자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