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한국경쟁] 11人 인터뷰-④ ´영화, 노동 문제를 바라보다´
2020-04-29 10:35:00Hits 2,068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선정작 11人 인터뷰


중앙선 침범 교통사고가 발생해 가해자로 지목된 운전자는 사망하고 피해자로 추정되는 운전자는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가해자의 아내 희주가 돌아온다. 희주는 자신이 일하는 공장에 피해자의 아내 영남도 함께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한다. 우연히 영남의 딸 은영과 친해지면서 희주는 그날 사건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남편이 중앙선을 넘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던 사고의 실체는 사실 매우 복잡하다. 여기에는 파견 노동과 산업재해라는 사회적 문제, 우울증과 가정불화라는 개인적 문제가 얽혀 있어 더욱 파악하기가 어렵다. <빛과 철>은 커다란 불행을 마주한 두 여성의 관계에 주목한다.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냄에 따라 서로 팽팽하게 대립하던 두 여인은 고통의 근원이 상대방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듯 보인다. 그렇다고 고통이 덜어지지는 않겠지만 서로를 증오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들이 결국 동승자의 운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감독 배종대 1983년 부산 출생.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했으며 <고함>(2007), <계절>(2009), <모험>(2011) 등의 단편을 연출했다. <빛과 철>은 첫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한 회사에서 기술행정직으로 일하던 정은은 대기 발령에 이어 하청 업체 파견까지 명령 받는다. 거의 노골적인 퇴사 압력에도 불구하고 정은은 버텨낸 뒤 본사로 복귀하려 한다. 하지만 대형 송전탑에서 일해야 하는 하청 업체의 여건은 만만치 않다. 아무리 씩씩한 정은이라 해도 이중의 차별을 넘어서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여성에 대한 차별에 당차게 맞서 왔던 그지만, 하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는 쉽게 적응할 수 없다. 자신은 하청 업체 직원이 아니라 ‘본사 파견’임을 내세우거나 소주를 마신 상태로 출근하는 것은 그가 한 발은 ‘원청’이라는 기득권의 선 안에 두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기가 발동해 일을 배우고 동료 노동자들과 인간적 유대를 맺으면서 그는 변화한다. 정은을 눈엣가시처럼 보던 동료들도 그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영화는 정은이 여성으로서, 그리고 하청 노동자로서 정체성을 찾게 되는 과정을 유연한 흐름으로 담아낸다. 정은 역의 유다인뿐 아니라 정은에게 일을 가르치는 동료 노동자를 연기한 오정세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감독 이태겸 1971년생. 대학에서 탈춤과 마당극을 연출하고 배우로도 활동했다. 이주 노동자를 다룬 단편 <복수의 길>(2005)과 <소년 감독>(2008)을 연출했으며, <소년 감독>으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시선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