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및 지역 공모 선정작 발표!
2021-03-18 14:01:00

짧지만 빛나는, 영화는 계속된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및 지역 공모 선정작 발표!

· 극영화 17편, 다큐멘터리 2편, 실험영화 3편, 애니메이션 3편, 다양한 장르의 빛나는 단편영화 선정

· 전북 영화, 전북 영화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 공모 선정작 5편 상영 확정

“영화는 계속된다”는 슬로건과 함께 4월 29일 개막을 준비하고 있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이준동)가 올해 관객들에게 선보일 ‘한국단편경쟁’ 본선 진출작 25편과 지역 공모 선정작 5편을 확정, 발표했다.

먼저 한국단편경쟁에서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2월 1일까지 진행된 한국영화 공모를 통해 접수된 총 993편의 출품작 가운데 예심을 거쳐 최종 25편의 작품이 본선에 올랐다. 올해 예심에는 제21회 한국경쟁 대상 수상작 <갈매기>의 김미조 감독,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의 신동민 감독을 비롯해 <씨네21> 이다혜 기자, 웹진 <리버스> 차한비 기자, 영화 저널리스트 이은선, 영화평론가 허남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제22회 한국단편경쟁 출품작들은 여성을 비롯해 사회적 안전망 바깥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 주를 이뤘다. 예심 심사위원들은 “시위 현장, 세상을 떠난 가족, 실직했거나 실직의 모서리에서 안간힘을 다해 버티는 사람들을 담아내기 위해 자기반성적인 다큐멘터리, 블랙코미디, 드라마를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의 방식이 동원되었다”고 올해 출품작 경향을 설명하며 “성적 지향, 장애, 가족과 공동체, 인권과 인권감수성, 성폭력을 비롯한 이야기를 영화 속으로 끌어오는 연출자의 사려 깊은 시선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윤리적인 시선을 견지하며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시도한 영화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한국영화에 거는 기대 역시 커졌다”고 평가했다.

또한 코로나19를 소재로 하거나 소통의 문제를 고민하는 작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독특한 영화 언어로 구현된 애니메이션, 언어를 배제한 채 관객과의 소통에 도전한 실험영화, 현실의 들끓는 갈등과 문제의식을 공포 장르로 풀어낸 작품 등도 예심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은 가운데, 최종 선정작에는 극영화 17편, 다큐멘터리 2편, 실험영화 3편, 애니메이션 3편이 이름을 올렸다.

예심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을 통해 “매끈한 완성도를 넘어서는 발상과 전개, 영상의 실험, 충분히 말해지지 않았던 고통에 주목하는 영화들이 올해 출품작 중에서 여럿 눈에 띄었다”면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들려주는 동시에 적절한 분량과 형식에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들을 선정하고자 심사위원들은 토의를 거듭했다. 한국단편경쟁 부문 선정작들을 통해 단편영화의 미학 안에서 2021년을 기억하게 할 영화적 체험이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전북 영화와 전북 영화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 공모 선정작 5편도 함께 발표됐다. 올해 지역 공모 출품작은 유순희 경남 합천수려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연출, 프로듀서, 편집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형석 감독(<호흡법, 제2장> <소년과 양> <가열 79번, 반딧불> 등 연출), 전주국제영화제 문석 프로그래머가 심사에 참여해 단편 5편을 선정했다. 강준하 감독의 <개정>, 김태경 감독의 <두번째 장례>, 이지향 감독의 <스승의 날>, 허건 감독의 <연인>, 조미혜 감독의 <큐브>가 그 주인공이다. 이 중 <스승의 날>은 한국단편경쟁에서, 다른 4편의 작품은 코리안시네마(단편)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문석 프로그래머는 “올해 지역 공모에는 총 28편이 접수됐다. 2019년 20회 영화제의 21편보다는 많지만 지난해 출품된 47편에 비하면 급감한 수치다. 아무래도 지역 영화 생태계가 코로나19 팬데믹에 큰 어려움을 겪는 듯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전하면서 “다행스럽게도 이들 작품의 뛰어난 질적 측면은 줄어든 편수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역 공모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신설한 지역 단편영화 제작 지원 프로그램인 ´전주숏프로젝트´도 지역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되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단편경쟁 심사평

당대성이라는 가치에서 단편영화는 장편영화와 비교할 수 없는 이점을 지닙니다. 분량 덕분에,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지금 당장의 사회와 사람들과 관심사를 담아내는 순발력이 단편영화에서는 가능합니다. 단지 매끈한 완성도를 넘어서는 발상과 전개, 영상의 실험, 충분히 말해지지 않았던 고통에 주목하는 영화들이 올해 출품작 중에서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2021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이 단편들을 만나게 될 관객 여러분은 감염병으로 신음했던 2020~2021년의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겪은 불안과 끝내 우리가 잃지 않고 지켜낸 것에 대해 영화와 더불어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올해의 경향을 말하기에 앞서, 코로나19라는 시대적 상황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단편경쟁 출품작 중에 코로나19를 그 자체로 ‘영화의 시간’으로 삼은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직접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풀어가기도 했고, 감염병이 전개상 중요한 은유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가 은유로 사용된 작품들에서는 일상을 배경으로 한 SF영화의 느낌이 풍기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상황이 여러 국면을 맞이했듯이, 창작자의 내면에서 이 시간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 앞으로 더 많은 영화인들이 그려줄 모습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의 경향 중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소통의 문제를 고민하는 작품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같은 문제를 겪은 가족, 사회 구성원, 연인 사이에도 이해가 아니라 벽이 있음을, 그리고 그 벽을 넘기 위해 이해를 도모하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람 사이의 다름은, 이해 불가능성을 받아들일 때에야 상대의 말을 듣고 행동을 살피고 손을 맞잡는 일이 가능하리라는 신중함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영화 속 인물들은 단독자로서 고민하고 갈등하고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스마트폰의 화면이나 비대면 영상 속 타인과 교류하는 이들이 겪는 (안전한 동시에 불안한) 거리감은 그 자체로 영화의 중심 소재가 되기도 하고, 전개에 있어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마련하기도 했는데, 영상 속 텍스트가 육성보다 가깝고 익숙해진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듯합니다. 때로는 영화 속 인물의 갈등이 결국 해소되었다고 말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갈등을 이야기하는 일이 끝내 타자를 포기하지 않는 노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993편에 달하는 작품들의 주인공으로 선택된 사람들은 여성, 사회적 안전망 바깥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시위 현장, 세상을 떠난 가족, 실직했거나 실직의 모서리에서 안간힘을 다해 버티는 사람들을 담아내기 위해 자기반성적인 다큐멘터리, 블랙코미디, 드라마를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의 방식이 동원되었습니다. 성적 지향, 장애, 가족과 공동체, 인권과 인권감수성, 성폭력을 비롯한 이야기를 영화 속으로 끌어오는 연출자의 사려 깊은 시선에 심사위원들은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출품 규정에 따라 40분 이내라는 제한된 시간으로 윤리적인 시선을 견지하며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시도한 영화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한국영화에 거는 기대 역시 커졌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작업 방식과 내용이 합치되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소박하게 일상을 그려낼 때 정교하게 구사되는 사운드의 활용이라든가, 이미지 그 자체로 강렬하게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 심사위원들에게 호평받았습니다. 실험영화의 경우도 언어를 경유하지 않고 어떻게 관객과 소통할지, 그 방식에 도전한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공포라는 장르로 현실의 들끓는 갈등과 문제의식을 드러낸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신체 변형, 복수극, 죄의식과 죄의식 없음의 문제는 때로 안전망이 사라진 사회를 찌르는가 하면, 뉴스를 클릭하고 잠시 분노하고는 이내 잊어버리는 우리 모두를 응시하는 시선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한 가지 장르로 특정해 설명하기 어려운 영화들도 있었습니다. SF와 로맨틱코미디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들은 때로 코로나19의 풍경과 겹쳐서, 애니메이션의 기법과 합쳐져서 표현되기도 했습니다. 이성애를 다룬 작품이 적지 않았지만, 연애 문제를 다루는 여타 동영상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숏폼 콘텐츠의 연장선에 있는 듯한 작품이 많아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동성애를 다루는 영화들의 경우, 이전과 다른 이야기를 추구하면서도 신중함을 잃지 않은 작품들이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언급하고 싶습니다.

‘경향’이라고 표현했지만, 모든 영화가 각각의 목소리입니다. 시놉시스에 다 담기지 않는 풍성한 이미지와 사운드, 전개를 예측하려는 시도를 불식시키는 전개, 전형적이라고 판단한 인물이 드러내는 뜻밖의 얼굴이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하고 감탄하게 했습니다. 자신만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들려주는 동시에 적절한 분량과 형식에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들을 선정하고자 심사위원들은 토의를 거듭했습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가 아니라 해도 다음 영화를 보고 싶은 연출자들이 있었음을 밝히며, 아쉽게 선정되지 못한 작품에도 격려를 보냅니다. 여기 선정된 한국단편경쟁 부문 선정작들을 통해 단편영화의 미학 안에서 2021년을 기억하게 할 영화적 체험이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 한국단편경쟁 예심 심사위원 김미조, 신동민, 이다혜, 이은선, 차한비, 허남웅

지역 공모 심사평

올해 지역 공모에는 28편이 접수됐습니다. 2019년 20회 영화제의 21편보다는 많지만 지난해 47편에 비하면 급감한 수치입니다. 아무래도 지역 영화 생태계가 코로나19 팬데믹에 큰 어려움을 겪는 듯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28편 중 장편은 4편이었으며 나머지는 단편영화였습니다. <UFO 스케치>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장편영화가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이 또한 제작 여건 같은 문제와 함께 코로나 팬데믹이 어느 정도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올해 지역 공모에서 선정된 작품은 5편입니다. 이지향 감독의 <스승의 날>, 강준하 감독의 <개정>, 김태경 감독의 <두번째 장례>, 허건 감독의 <연인>, 조미혜 감독의 <큐브>가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지역 공모 선정작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들 작품의 뛰어난 질적 측면은 줄어든 편수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도록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한국단편경쟁 부문 상영작이기도 한 <스승의 날>은 심사위원들로부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박사 과정 중인 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이 영화는 교수의 몸종 신세에 불과한 대학원생의 일상을 폭로함과 동시에 이 학생이 어떤 계기로 ‘복수’를 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촘촘하게 묘사합니다. 또한 빨라지는 극적 리듬과 거칠어진 영상 등은 주인공의 내면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강준하 감독의 <개정>은 도시에서 떨어진 공간에서 사는 한 남자의 삶을 포착한 영화입니다. 주인공은 동창들을 만나기 위해 도시로 갔다가 결국 혼자가 되는데, 이 영화는 그의 짧은 순간을 단면으로 잘라내듯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두번째 장례>는 사랑했던 남자가 세상을 떠났음에도 여전히 그를 마음에서 지우지 못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남자 어머니가 남자의 영혼결혼식을 올리려 하자 자신만의 독자적인 추도 방식을 택하게 됩니다. 사랑하고 슬퍼하고 잊어가는 감정의 흐름을 조용하게 그리는 영화입니다. 허건 감독의 <연인> 또한 지난한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치매에 걸린 남편을 요양원에 보내려다 자신도 치매 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로,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가 극단적인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몸짓과 눈빛과 말투 등을 통해 세밀하게 드러냅니다. 조미혜 감독의 <큐브>는 과감한 시도라는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좁디좁은 고시원에서 시험을 준비하던 한 여성이 괴 바이러스에 걸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SF영화이면서 바이러스만큼 공포스러운 한국의 주거 문화를 드러내는 풍자극이기도 합니다. 특히 독립영화에서는 드문 특수분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한편 지금까지 언급한 4편의 영화는 코리안시네마 부문에서 상영될 예정입니다.

올해 지역 공모는 유순희 경남 합천수려한영화제 집행위원장, 연출뿐 아니라 프로듀서, 편집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형석 감독(<호흡법, 제2장> <소년과 양> <가열 79번, 반딧불> 등 연출)과 함께 심사했습니다. 두 심사위원의 폭넓은 시선과 예리한 관찰력 덕분에 보다 미래지향적인 결과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역 공모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신설한 지역 단편영화 제작 지원 프로그램인 ´전주숏프로젝트´도 지역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 프로그래머 문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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