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들레헴에 사는 팔레스타인 싱글 맘 무나에게, 오래 전 별 기대 없이 신청했던 미국 영주권이 날아온다. 이스라엘에 억압받는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 밝은 미래를 꿈꾸며 미국으로 떠나는 무나와 아들 파디. 그러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은 모자는, 기대와 너무도 다른 미국의 현실에 당혹감을 느낀다. 해외에서 큰 호평을 받은, 쉐리엔 다비스 감독의 첫 장편영화. 이 문화에 대한 오해와 정치적 이슈를, 소박한 유머로 인간미 넘치게 그려냈다.
어린 시절 우리가 즐겨 보던 미국 영화에서 항상 ‘나쁜 편’은 흑인이거나 공산주의자였다. 인종 갈등이나 팽팽한 냉전의 갈등을 알지 못했던 어린 아이들에게조차 선악구도의 흑백논리는 무의식적으로 각인되었다. 1990년대 걸프 전쟁과 2001년 9.11을 겪으면서 ‘나쁜 놈들’은 이제 너무도 자연스럽게 아랍인들이 되어버렸다. 뉴스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서도 ‘미드’ 속에서도. 그렇다면, 현실에선 어떠한가? 아랍어로 ‘미국’을 뜻하는 <암리카>는 팔레스타인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모자(母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삶에 대한 두려움에 더해 무나와 그녀의 10대 아들 파디는 입국에서부터 적대적으로 변해버린 미국의 태도를 체감해야 한다. 고향의 은행에서 일하며 부족하지 않던 생활을 하던 때와 달리, 나쁘지 않은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녀가 일할 곳은 ‘화이트 캐슬’이라는 햄버거 가게 밖에 없다. 파디 역시 학교의 백인 아이들에게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으며 갈등한다. 거대한 진실은 오히려 소소한 일상에서 더욱 힘을 발휘한다. 미국이 벌인 전쟁에 대한 그 어떤 진지한 다큐멘터리보다 <암리카>는 현실에서의 작은 폭력들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실적으로 다가선다. 그들은 때론 싸우고, 향수병에 젖고, 온몸으로 적응하려 애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희망적으로 나아간다. 희망은 또한 역시 가족과 이웃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들 모자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는 학교 선생은 유태인이다. 사람들 속에서 상처 받으며 또한 사람들에 의해 치유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뒤섞인 ‘암리카’의 오늘의 모습이 담담히 묘사되어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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