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산 할와니의 실험적 에세이 필름 <지워진 자들의 흔적>은 레바논 내전 기간 중 사라진 실종자 수천 명의 흔적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1975년에서 1990년 사이 레바논 내전 이후 묻혔던 역사는 애니메이션 작가, 미술가, 영화감독인 할와니의 화두가 되었다. 그는 실종자들에 관한 서지 자료, 유품을 수집하고, 기억을 소환해가면서 실종의 메커니즘을 꼼꼼히 분석한다. 아키비스트의 치밀함을 가지고 수행된 이 프로젝트는 두텁게 덮인 벽 속의 포스터들을 발굴하는 행위처럼, 매장된 역사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창의적 재구성 작업물이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