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의 김민영>의 세계는 리얼리티와 판타지 그 사이 어딘가에 자리하는 듯 보인다. 정희를 중심으로 고등학교 시절 삼총사가 삼행시 클럽을 그만두고 수능에 몰두하기로 하는 첫 시퀀스부터 내내 영화는 이들의 삶을 ‘반(半)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이는 외적 현실에 대해 조금 덜 진지한 대신 주인공 내면의 세계를 자유롭게 확장시키겠다는 감독들의 의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큰 틀의 플롯이나 전형적인 내러티브 흐름이 없이 디테일한 감정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도 같은 전략에서 비롯된 듯싶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단지 귀엽고 아기자기한 소녀들의 교환일기 정도로만 치부할 순 없다. 정희가 자전거를 타거나 그림을 그릴 때, 그리고 ‘한국인의 삶’을 이야기할 때 불쑥 튀어나오는 외로움, 고독, 쓸쓸함 같은 감정들은, 물론 절반만 무거울지라도 넓은 공감대를 얻기에 충분하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