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작 <직지코드>(2017)의 속편에 해당한다. 구텐베르크가 고려 금속활자 기술을 모방했다는 단서를 발견하는 전작에 이어 이번 영화는 나아가 구체적인 증거를 수집해 이 가설을 입증하고자 시도한다. 제작진은 이번에도 9개국 4만 킬로미터를 돌며 취재하는 여정에 오르는데, 프랑스어뿐 아니라 한자에도 능한 캐나다 출신 방송인 아히안의 활약상이 대단하다. 하지만 500년 넘게 정설로 굳어진 이론을 짧은 시간 동안에 뒤집고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제작진은 활자의 경로를 따라 유럽 각국을 떠돌 뿐 아니라 활자를 담는 종이의 루트를 찾아 우즈베키스탄에까지 다다르지만 여전히 주요 박물관에서 증거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물론 이러한 여정을 보면서 지적인 토론을 듣는 것만으로도 감흥은 차오른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