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중반의 나이지만 소녀 같은 감수성을 지닌 미자. 낡은 서민 아파트에서 이혼한 딸의 중학생 아들 종욱을 돌보며 사는 미자는 우연히 ‘시’ 강좌를 수강하면서 난생처음 시 쓰는 일에 매진한다. 시상을 찾기 위해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을 주시하며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는 미자. 그러나 그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찾아오면서 세상이 자신의 생각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詩)가 미자를 흔들어 깨운다. 시가 미자를 세상 속으로 당기더니 종국에 세상 너머로 끌고 나간다. 시상을 찾아 사물과 사태를 잘 보고, 다시 보고, 오래 보기를 자처한 미자 앞에 예상치 못한 잔혹한 삶의 국면이 펼쳐진다. 소녀의 죽음, 외손자 종욱의 연루,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책임 있는 이들이 해보이는 양태까지. 게다가 미자는 알츠하이머 초기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그녀의 상태가 때론 그녀의 보는 행위에 제동을 걸고, 때론 보이는 것 너머의 맥락을 소거해버리며 오직 눈앞의 것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미자와 그녀의 시는 바로 이 어중간한 사이 어디쯤 있다. 살아 있지만 죽음 가까이 향하는 상태, 보고 있지만 이면은 가늠할 수 없고 금세 잊는 상태, ‘제대로’ 보는 일로부터 자꾸만 미끄러지는 시 쓰는 자의 비애, 보기의 한계. 임박한 망각의 시간 앞에서 영화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녜스의 노래’를 써내려간다. 사라진 이들의 코러스, 시의 원형을 향한 음률이 흐른다. [정지혜]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3길 22 전주영화제작소 2층 (54999)
T. (063)288-5433 F. (063)288-5411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15길 16 동극빌딩 4층 (04031)
T. (02)2285-0562 F. (02)2285-0560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3길 22 전주영화제작소 (54999)
T. (063)231-3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