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로 송골매라는 뜻을 가진 ‘하야부사’는 E5계 신칸센을 가리키는 애칭이자, 합성 엔진으로 만든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의 공식 음원의 이름이면서, 카미카제 특공대가 탑승했던 전투기의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는 하나의 명사를 공유하는 몸체들을 경유하며 일본의 역사와 문화에 내재한 모순을 드러내려 한다. 일본은 애니메이션 제작을 통해 제국주의의 역사를 스스로 발굴한 새로운 신화로 창조해 왔다. 이를 통해 “가상이 현실이 되고, 현실은 다시 한번 가상화된다.” 진실을 담보하지 못한 채 증식하는 이미지는 창작의 민주화를 가능케 한다는 보컬로이드를 이용해 생산되는 신체 없는 목소리(들)의 존재 방식과 공명한다. <라디오텔레스코프>는 무한히 변형되고 증식될 수 있는 가상이 소비되는 양상을 추적하며 변모하는 매체의 조건을 감지하는 수신기로서의 영화다. (김예솔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