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한 편의점은 흘끗 보기엔 평범한 24시간 상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곳 지하에 자리한 작은 방들에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중앙 아시아 출신 불법 이주 노동자들이 살고 있다. 편의점 주인은 이들의 절박한 사정을 이용해 착취를 일삼으며 이들을 노예처럼 부린다. 심지어 성폭력까지 공공연히 벌어진다. 주인공인 여성 무합바트는 괴로운 환경 속에서도 이곳에서 낳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힘들게 버티지만 결국 도망쳐 고향인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고향이라고 더 나을 건 없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미하일 보로딘 감독은 실제 러시아 편의점에서 발생한 사건에서 이 영화를 떠올렸다. 하지만 영화는 사건을 폭로하거나 가해자를 고발하려는 태도를 보이지는 않는다. 반대로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와 노동자들의 삶을 갑갑할 정도의 리듬으로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전략을 취한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