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태어난 토마스 회프커는 독일 출신의 전설적인 사진작가로, 유명한 사진 에이전시인 매그넘사의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사진, 9/11 테러 당시 파괴된 세계무역센터의 사진 등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걸작을 남긴 회프커는 2017년 알츠하이머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는다. 기억력과 관찰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진가가 서서히 기억을 잃게 되자, 그는 코로나 팬데믹의 와중에도 아내와 함께 미국을 횡단하는 사진여행을 떠난다. 이미 1963년 미국을 여행하며 「Heartland, An American Road Trip in 1963」이라는 사진집을 냈던 회프커로서는 기나긴 사진인생을 마무리하는 작업이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전작 <칠레 음악에로의 여행>을 통해 로드 다큐멘터리에 대한 빼어난 연출력을 보여준 나후엘 로페즈 감독은 이 원로사진가의 여행에 동행하면서 시종 유머와 열정을 잃지 않는 회프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전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