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선우는 부모가 이혼한 뒤 엄마와 살고 있지만 가끔 아버지도 챙기는 어른스러운 아들이다. 하지만 상견례 날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선우의 삶은 힘들어진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신용불량자인 탓에 자신이 엄청난 부담을 떠안지 않으려면 선우는 아버지로 하여금 기초수급자 자격을 얻게 해야 한다. 김진태 감독의 <모라동>은 한국 사회복지시스템의 허점과 모순 속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성실하게 받아들이려 애쓰는 선우의 이야기다. 하루 종일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친척들을 설득하고, 커리어도 관리하며, 여자친구까지 챙겨야 하는 그의 표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그러한 선우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이동휘의 연기는 이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유머러스한 대중영화의 틀 안에서 한 가정과 개인의 슬픔을 보여주는 김진태 감독의 연출력 또한 나무랄 데 없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