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를 제외하고 최근 전주국제영화제에 꾸준히 ‘개근’하고 있는 고봉수 감독의 신작은 <빚가리>다. ‘빚을 갚는 일’을 의미하는 충청도 사투리를 제목에 내세운 것처럼 충남 조치원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작은 동네 슈퍼를 운영하는 남성 대복과 그의 아들 홍민의 이야기다. 대복은 자영업자로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인데 아들 홍민은 생계에 별 도움도 안 되고 사회적 기여도 거의 없어 보이는 지역 문화단체에 나가고 있다. 여기에 걸핏하면 아버지와 홍민을 공격하는 딸, 외상값을 갚지도 않으면서 담배를 달라고 요구하는 지역 중소기업 사장 등이 얽히면서 대복의 스트레스 수치는 올라간다. 고봉수 감독의 영화가 항상 그렇듯, 정말 착한 사람도 진짜 악인도 등장하지 않는 <빚가리>는 소시민들의 팍팍한 삶을 웃음을 통해 보여주면서 특유의 낙관과 희망을 전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전하는 짜릿한 감동은 각별하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