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연, 이동한 감독이 연출한 <옥순로그>는 손녀인 김 감독이 애정과 안타까움으로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80대 중반에 들어선 감독의 할머니 옥순 씨는 정신이 깜빡깜빡한다. 5월인데 동지섣달이라고 생각하고, 매일 집에서 얼굴을 보는데도 손자가 여전히 군에 있다고 기억한다. 밥이 남아있는데도 매일 같이 산더미처럼 밥을 짓고 두유를 하루 10개 이상 드신 적도 있다. 사실 이 정도면 별 일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증상이 심해지면서 집 현관문 비밀번호조차 기억하지 못하니 함께 사는 손주들로서는 걱정이 태산이다. <옥순로그>는 기억을 점차 잃어가는 할머니에 대한 간절한 기록이자 어릴 적 자신들을 길러준 할머니와의 마지막 추억을 남기려는 손주들의 기념사진 같은 영화다. 5월 전주의 극장에서 손주들과 손을 맞잡고 <옥순로그>를 보는 할머니의 모습도 그 기념사진에 담기길 희망한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