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 퀴어 실험영화 <괴물, 유령, 자유인>을 선보였던 홍지영 감독의 신작 <이 파도를 이 물결을 돌려줄게>는 전작만큼이나 해석이 쉽지 않은 실험영화다. 전작이 극영화에 가까웠다면 이번 영화는 다큐멘터리 쪽에 보다 근접해 보인다. 사랑하는 두 여성 영진과 재연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 영화는 두 여성의 감정을 쫓아가기 보다는 건조한 내레이션과 자막을 통해 거시적인 틀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둘의 관계를 따라가도록 한다. 망원렌즈를 통해 걸러진 거친 이미지는 주류 사회로부터 배척되고 위협당하는 ‘괴물’과 ‘마녀’의 외롭고 쓸쓸한 사랑을 드러내는 듯하다. 여성의 언어를 통한 진정한 연대를 꾀했던 미국의 인권운동가이자 레즈비언 시인 에이드리언 리치를 소환하는 <이 파도를 이 물결을 돌려줄게>는 성소수자들과 여성들의 ‘찬란한 실패’를 주장하는 매우 정치적인 영화이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