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다르게 연결되어 있다. 모든 신호는 미세한 감각의 연결통로를 통해 전달되고 우리가 주고받은 신호들은 은밀하게 서로에게 연결의 틈을 열어제친다. 우리는 이어지고, 이어지고, 이어짐이다. 우리는 존재의 흐릿한 경계를 채운다. 우리는 존재가 사라진 곳에서 관계를 꿈꾼다. 우리는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숨을 쉰다,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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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세계 끝의 버섯』에서 애나 칭은 '배치'라는 개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는다. “하나의 배치 안에 존재하는 여러 생물종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끼치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어떤 것은 서로를 방해하고 어떤 것은 생존을 위해 협력한다. 또 어떤 것은 자신들이 같은 장소에 있음을 이제 막 알게 됐다. 배치는 열린 모임이다.” <숨소리와 속삭임>은 영화의 '배치'가 어떤 형태를 이루며 작동하는지 탐색하는 짧은 보고서다. 제주도의 숲과 서울 도심 근교의 공원을 오가는 관찰을 통해 영화는 인간적인 것과 비인간적인 것, 자연적인 풍경과 인공적인 대상, 정지한 것과 움직이는 것, 이미지로 포착된 것과 텍스트로 명시되는 것들의 불균질한 모임을 형성한다. 그 안에서 서로 다른 요소들이 일시적으로 맞물리고 교환되는 임의의 '배치'가 조직된다. (김병규 |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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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 Junehyuck | zudasblue@gmail.com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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