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은 찰나에 느닷없이 우리에게 닿고 기억으로 두터워진다. 아파트 길고양이 급식소에서 아기 고양이를 구조하게 된 ‘율'. 아기 고양이가 버려진 정황을 쫓다 난생처음 아파트 울타리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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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아기 고양이를 우연히 들이게 된 감독은 이 작고 여린 존재가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지 궁금해 카메라를 든다. 지도상에는 아무런 정보 값이 없는 곳, 과거에는 배밭이었다는 그곳에서 아기 고양이의 흔적뿐 아니라 새로운 존재들과 만난다. 추적, 관찰, 만남, 기록의 과정을 거치며 비로소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동네와 땅, 그곳의 인간, 비인간을 아우르는 존재의 역사를 자각하기에 이른다. 예기치 않은 만남을 소홀히 여기지 않고 확장의 서사로 끌고 간 끝에 전하는 건, 또다시 버려지거나 사라질지도 모를 존재들을 향한 다정한 당부다. (정지혜 |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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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 Yul | fireyoole@gmail.com
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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