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릉골, 재개발이 예고된 이곳엔 두 개의 시간이 겹친다. ‘아직' 시작되지 않은 현재와 ‘이미' 확정된 미래가 맞물린 속에서, 주민들이 남긴 사진, 가꾼 밭, 고친 집, 익숙한 풍경 속 기억들은 이야기가 되어 삶의 증거가 된다.
접기 -
서울 성북구 정릉골 재개발을 다루는 이 다큐멘터리는 불합리한 재개발 과정에 반하여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방점을 찍고 있지는 않다. 다만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온 원주민들의 삶에 접속하여 지나간 정릉골 시간을 더듬는다. 조용히 스러져가는 동네와 속절없이 밀려나는 사람들을 차분히 응시하며 채집한 이미지들에서는 회한과 체념이 진하게 묻어 나온다. 애정을 담아 가꾸던 텃밭, 이름 모를 열매들은 이제 곧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다. '돈이 없어 제일 나중에 나가야 하는' 이들의 현재와 화려하게 들어설 미래의 타운하우스 팸플릿이 대비되는 순간, 흔들리는 이들을 위한 기도를 하고 싶어진다. (강유가람 | 감독)
접기 -
LEE Jiyoon | vlden7499@gmail.com
이지윤
LEE Ji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