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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함께 읽는 영화: 배종대 감독 <빛과 철>
2021-02-25 11:00:00Hits 258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2021-02-25

그 죽음들은 누구의 잘못인가?
[함께 읽는 영화] 배종대 감독 <빛과 철>

안녕하세요, 전주국제영화제 뉴스레터 '함께 쓰는 편지'입니다!

전주와 인연이 깊은 영화를 꼼꼼하게 읽어 보는 시간, 오늘 비정기 코너 '함께 읽는 영화'에서는 배종대 감독이 연출하고 김시은, 염혜란, 박지후 배우가 출연한 <빛과 철>을 소개할까 합니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염혜란 배우가 배우상을 수상하는 등 출발부터 기분 좋은 성과를 낸 작품이지요. 

지난 2월 18일에는 <빛과 철>이 드디어 전국 극장가를 통해 정식으로 관객과 만났는데요. 개봉 직전 배종대 감독과 김시은 배우가 이화정의 전주가오디오 61회에 출연해 영화 관련 소식을 공유하기도 했죠. 여성영화 전용 플랫폼 퍼플레이에서 운영하는 매거진 '퍼줌'에서는 김시은 배우의 촬영 후일담을 다룬 인터뷰 기사를 읽어 보실 수도 있습니다.

오늘 '함께 읽는 영화'의 해설자로는 조혜영 영화평론가를 모셨습니다. 조혜영 영화평론가는 국내 유수의 영화제에서 다년간 프로그래머로 일했으며 현재는 여성 및 성소수자의 관점으로 영상 기획에 접근하는 'project38'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영화평론가 조혜영의 시선으로 읽는 <빛과 철>👇

어두운 밤 맞은편에서 오던 두 차가 충돌하는 교통사고가 벌어진다. 한 남자는 죽고 다른 남자는 2년째 의식 불명이다. <빛과 철>은 두 남자의 아내, 희주(김시은)와 영남(염혜란)을 중심으로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남편의 죽음에 힘들어하던 희주는 고향으로 돌아와 옛 직장인 자동차 부품공장에 취직한다. 그리고 희주는 그곳에서 영남을 만난다. 남편이 중앙선을 침범한 가해자라 알고 있는 희주는 죄책감에 영남을 피한다. 영남은 그런 희주를 탓하기보다는 감싸 안으려 하지만, 희주는 영남의 진심을 의심한다. 실제로 영남은 복잡한 속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영남뿐 아니라 희주, 영남의 딸 은영(박지후), 희주 오빠 형주, 공장 관리자인 과장과 사고 처리를 맡았던 경찰까지 모두 진실의 한 조각씩을 숨기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큰 자책감에 싸여 있는 희주는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덜기 위해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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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책의 윤리와 진실의 외면
<빛과 철>은 죄와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뚜렷한 악당이나 가해자가 없다. 아니 어쩌면 모두가 자신이 가해자라 주장하는 이상한 영화다. 사건에 연루된 거의 모든 사람이 자책을 한다. 심지어는 교통사고의 가장 큰 피해자인 두 당사자도 자책에 휩싸여 교통사고를 냈을 가능성까지 언급된다. 자책은 죄책감과 다르다. 자책은 실제 죄의 크기와 비교해 지나치게 자신을 미워하고 혐오하는 행위다. <빛과 철>의 인물들이 단순히 죄책감을 갖는 것을 넘어서 자책을 하는 이유는, 발생한 피해와 고통의 원인을 파악할 수 없어 잘못을 자신에게로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인을 파악할 수 없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책임을 대면하는 것이 고통스러워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은영은 아버지의 자살 시도 기미를 모른 척했고, 희주의 오빠는 함께 술을 마신 매부의 음주 사실을 숨겼으며, 공장 과장은 산업 재해를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회사의 방침에 동조하고 피해 직원을 무시했고, 담당 경찰은 자신의 사고 처리 대응이 미흡했던 것은 아닌지 회의한다. 영남과 희주는 모두 자신들의 남편이 자살을 시도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죄책감은 진실을 드러나지 못하게 만든다. 원인을 파악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더 근본적이다. 타자와 세계는 너무나 복잡해서 완벽한 이해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함에도 우리는 그 사실을 견딜 수 없어 한다. 진실이 명쾌한 진술 하나로 환원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렇기에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더욱더 자신을 넘어서 연루된 서로의 고통을 들여다봐야 한다. 

희주는 자기 뺨이나 머리를 내리치는 자해 행위를 통해 고통을 줄이려 하거나 오빠 부부에게 상처를 주고, 영남은 딸 은영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의식 불명인 남편을 탓한다. 지나친 자책은 ‘죄책감의 폭탄 돌리기’에 다름 아니다. 그 와중에 은영은 유일하게 타인의 고통을 응시한다. 장례식장에서 스스로의 뺨을 때리는 희주를 눈여겨봤던 은영은 자신의 비밀을 누설한다. 타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감해주려는 은영의 행위는 각자가 자신의 죄책감만을 들여다보는 사이 공고해진 비밀의 사슬을 연쇄적으로 부서지게 만든다. 

두 개의 빛
이 영화는 빛과 빛, 철과 철의 충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빛의 충돌은 교통사고를 은유하기도 하지만, 고통과 고통의 부딪힘을 뜻하기도 한다. 강한 빛 혹은 고통은 오히려 상대방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빛과 철>은 섬세한 조명의 사용을 통해 영화적으로 빛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암시한다. 영남의 남편이 있는 병원의 따뜻한 노란색 빛은 강인한 인내심으로 버티고 있는 영남의 고통과 대비되어 잔인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가지만 남은 나무가 외롭게 서 있는 도로의 차갑고 스산한 겨울 빛은 남은 자들의 고통을 대변하는 듯하다. 희주, 영남, 은영의 얼굴은 종종 중첩되어 클로즈업 되는데 얼굴의 한쪽 면은 그림자에, 다른 쪽 면은 빛에 노출된다. 이러한 조명과 화면 구도는 이들이 서로를 고통스럽게 하는 존재이면서도 서로 비슷한 처지에 있고, 따라서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라는 것을 시각화한다. <빛과 철>은 단순히 고통을 드러내고 전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타자의 고통을 조용하게 거리를 두고 응시하는 태도를 통해 남은 자들뿐 아니라 죽은 자들까지 존중한다. 이렇게 <빛과 철>의 배종대 감독은 각각 희주와 영남을 연기한 김시은과 염혜란의 예민하지만 단단한 얼굴을 바탕으로 타자의 고통과 그 원인을 쉽게 알 수 없음을 영화화한다.

두 개의 철 
하지만 각자가 품고 있던 비밀이 모두 누설되어 진실의 조각을 모으면 우리는 타자를, 그리고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영남의 남편은 깨어나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을까? 애초에 사건의 진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모두가 죄책감을 느끼는 가운데 유일하게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가해자는 바로 ‘회사’이다. 산업 재해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무사고 1000일’이라 쓰인 현수막으로만 무책임하게 드러나는 ‘회사’는 산업 재해를 입은 노동자들을 자신의 직원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회사’는 하청업체를 통해 위험을 외주화하며 철과 철이 부딪히는 고통의 소리를 끈질기게 외면한다. 이 소리는 오히려 희주의 이명으로 옮겨가 표현된다. 

우리는 그러한 일을 너무 많이 겪었다. 진실의 일부 조각은 알게 되었지만, 진실은 여전히 제자리를 못 찾고 진상은 점점 더 오리무중이 되는 상황 말이다. 오히려 그 조각들을 알게 될수록 또 다른 피해자일 수도 있는 죄가 없는 사람들이 자책을 하게 되는 상황 말이다. 그건 가장 큰 가해를 입힌 자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통은 더해 간다. 희주와 영남은 영남의 남편이 깨어났다는 소식에 차를 운전하고 가다, 어둠 속에서 너무 환한 빛에 놀라 멈춰 선 고라니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두 여자는 자신의 고통이라는 빛에 가려져 있던 진실 혹은 피해자를 더 이상 피하지 않는다. 그녀들은 진짜 잘못을 한 가해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죽으려던 사람이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는지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조혜영(영화평론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비롯해 다수 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현재 페미니즘 및 퀴어 관점에서 영상 기획을 하는 'project38'의 일원으로 연구하고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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