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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쓰는 편지: ‘나비비안’이 GV에 올인하게 된 사연?!
2021-12-16 11:00:00Hits 146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너에게 가는 길> 변규리 감독 드림
2021-12-16

[함께 쓰는 편지나비비안이 GV에 올인하게 된 사연?!
<너에게 가는 길> 변규리 감독의 연말 인사

안녕하세요, 전주국제영화제 함께 쓰는 편지입니다. 

12월의 세 번째 편지와 돌아왔습니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빛냈던, 관객 여러분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던 작품의 연출자와 인사를 나누는 시간, 오늘은 <너에게 가는 길> 변규리 감독이 여러분께 건네는 안부 인사를 준비했습니다.

변규리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은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의 커밍아웃 시리즈 중 네 번째 작품으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고 한국경쟁 부문 심사위원에 특별언급 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정동진독립영화제,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여성인권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주여성영화제 등지에서 관객과 만났고, DMZ와 정동진에서는 각각 용감한 기러기상(특별상)과 땡그랑동전상(관객상)을 수상했지요.

<너에게 가는 길> 메인 예고편

단 한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내 아이의 커밍아웃 이후, 오늘도 한 걸음 다다가는 중인 현재진행형 그녀들의 뜨거운 이야기

<너에게 가는 길>은 유독 N회차’ 관객이 많은 작품, 기꺼이 너에게 가는 길의 동행

을 자처하는 팬층이 두터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극장가 반응도 좋습니다. 지난 11월 17일 국내 개봉 이후 네이버영화’ 기준 관객 평점 9.37, 네티즌 평점 9.42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감독님께서도 여러분께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신 듯합니다. 다정한 안부 편지를 보내주셨어요. 

연분홍치마’ 변규리 감독님, 올 한 해 어떻게 지내셨을까요?


안녕하세요.  
‘연분홍치마’에서 활동하고 있고, <너에게 가는 길> 연출을 맡은 변규리입니다.   
각자 어떤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지 안부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2021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 버릴지 몰랐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뉴스레터 구독자에게 연말인사를 해줄 수 있는가 하는 제안을 받았을 때 ‘아, 올해도 이제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됐구나’라는 생각을 비로소 하게 됐습니다. 

올해 초 <너에게 가는 길>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작 단체인 연분홍치마와 영화의 스태프, 주인공들과 제작 협력 단체인 ‘성소수자부모모임’에 이 소식을 전했을 때 다들 무척이나 기뻐해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경사가 난 것처럼 ‘성소수자부모모임’ 단체 카톡방이 난리가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색은 많이 안 했지만,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던 저 자신이 기억납니다. 이 영화를 진심으로 믿고 기다려주었던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분들의 마음에 드디어 응답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연분홍치마’, <너에게 가는 길> 스태프들, ‘성소수자부모모임’ 분들이 모두 함께 영화제 일정을 소화했는데요. 영화제 기간, 함께 축제를 만끽하는 것에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시상식 날짜가 다가올수록 제 마음이 싱숭생숭했습니다. <너에게 가는 길>은 장편 경쟁 부문이어서 심사 대상이었지만, 또 너무 좋은 영화들이 있었기 때문에 ‘상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너에게 가는 길>이 심사위원 특별언급이 되었고, 다큐멘터리상을 받게 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날의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습니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시상식, 변규리 감독 수상 소감

시상식 날, 코로나로 인해 시상식장에는 감독만 참석이 가능했습니다. 상황이 아쉬워 수상 결과를 궁금해하는 동료들에게 영상 통화로 시상식 생중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제가 핸드폰을 바꾼 지 얼마 안 돼서 음소거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어요. 그때, <너에게 가는 길>이 호명되었고, 제 핸드폰에서는 환호의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당황한 저는 핸드폰의 음소거를 줄였다, 높였다 몇 번을 반복했는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지만, 그때 저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삐질삐질 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수상을 하고 난 후, 무대 뒤로 들어가 객석에 다시 입장하기 위해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연분홍치마’ 활동가들, <너에게 가는 길> 스태프들과 짧은 통화를 하면서는 눈물 나게 좋았습니다. 4년이라는 제작 기간이 짧지 않은데, 그 시간 동안 제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마련해 주고, 고된 촬영을 함께 견뎌주고, 기획부터 편집, 후반 작업까지 이 영화의 방향성을 함께 만들어온 동료들과 정말 신이 나게 웃을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날까지도 함께해 준 동료들에게 고마웠습니다. 

더불어 저희에게 이런 기쁨을 나눌 기회를 준 전주국제영화제에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영화를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자리에 환대를 받으며 오게 된 것도, 그곳에서 뜻깊은 상으로 축하받은 것도 더없이 기쁘고 고마웠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너에게 가는 길>에겐, 세상과 만나는 통로로서 너무 중요한 첫 여정이었습니다.


영화제가 끝나고 감사하게도 배급사 엣나인필름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의미를 먼저 읽어주고 연대하는 마음으로 함께하는 엣나인 직원분들의 모습을 보며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엣나인필름의 애씀으로 올해 11월 17일 <너에게 가는 길>을 개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처음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이후에 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저 자신을 굉장히 많이 의심했습니다. 두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고 나서긴 나섰는데, 저의 내공은 바닥인 것만 같았습니다. 영화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제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언어를 가졌는지에 대해 스스로 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너에게 가는 길>에 출연하는 나비님, 비비안님, 예준님, 한결님, 성준님, 인선님 외에도 ‘성소수자부모모임’의 활동가분들은 카메라 앞에서 언제나 진솔했습니다. 제작단체인 연분홍치마를 굳게 신뢰해주신 것도 있지만, 연출인 저의 영화 경력은 아무 상관없다는 듯, 원하는 모든 것을 함께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 욕망에 짓눌려 도망가고 싶었을 때도, 다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너에게 가는 길>은 이 영화를 지지해준 ‘성소수자부모모임’과 저의 긴 방황을 함께 견뎌주고 극복하게 도와준 ‘연분홍치마’, 그리고 이 과정을 착실히 함께해준 스태프들의 마음으로 완성된 영화입니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시상식 당일, 변규리 감독
현재 <너에게 가는 길>은 개봉 이후 꾸준히 관객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예측 불가능한상황이 많았지만, 감사하게도 관객분들이 이 영화의 의미를 함께 만들어 주고 계십니다. 이 영화 시사회의 공동주최로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함께 해줬는데, 그때 여러 단체에 소개가 잘 된 덕분에 각계각층에서 <너에게 가는 길> 단체관람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여정에는 <너에게 가는 길>의 주인공인 나비님, 비비안님의 헌신적인 노력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개봉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하나 풀자면, 비비안님은 <너에게 가는 길> 개봉 스케줄에 맞춰 1달 동안 직장을 휴직하셨어요. 11월에 바쁘실 거라고 미리 언질을 드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일을 쉬는 결정까지 내리실지는 몰랐습니다

GV에 올인하겠다는 심정으로 더 많은 관객을 만나고 싶다이렇게 환대해주는데 응답해야 하지 않겠냐정말 걱정하지 말라고 본인은 관객들과 만나면 오히려 에너지가 채워진다고 하시며 직장을 휴직한 비비안님. 그 대담한 결심에 내가 잘 호응해야 할 텐데…라는 걱정이 들 정도였습니다
 
또 다른 주인공인 나비님은 원래 댁이 군산인데, 소방공무원 노조 일을 시작하면서 일시적으로 서울에서 상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기가 딱 <너에게 가는 길> 개봉 시기와 맞게 되어 서울에 있는 GV는 물론, 지역의 GV들도 모두 함께 소화해주고 계십니다

나비님의 하루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오전에 출근 혹은 지역 외근, 그리고 저녁에 <너에게 가는 길> GV시간에 맞춰 그 공간에 나타나시지요. 그렇게 월화수목금금금을 매일같이 함께하고 있는 비비안님과 나비님의 열정을 제가 따라잡기가 버겁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 분께, 관객분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저도 이 여정을 함께하고 있어요

또 하배급 과정에서 재밌고 기분이 좋았던 것은 나비님, 비비안님의 팬들이 등장했다는 것이었는데요.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두 분을 지칭하는 용어였습니다. 두 분을 한 번에 지칭하는 말로 나비비안이라고팬분들이 불러주시더라고요. 재밌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너에게 가는 길>이라는 제목에서 다른 제목으로 바꿔보려고 제작팀이 의논하던 중, 우스갯소리로 나비비안 어때?”라는 말을 하곤 했는데, 그걸 팬분들이 말씀해주시니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너에게 가는 길>은 관객분들의 N차 관람으로, 이 영화를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어진 단체관람으로 관객분들에 의해 이야기되고 있고, 여전히 극장가에서 상영되고 있습니다. <너에게 가는 길> GV가 끝나고 나면 관객분들과 사진을 찍으며 인사를 나누는 자리를 갖기도 합니다. 그럴 때, 어제 극장에서 뵀던 분과 오늘의 극장에서 또 인사를 나누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또한 GV를 보기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왔다는 관객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놀랍고 감동적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을 만나기 위해 여러 번, 혹은 어렵게 들러주시는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저로서도 매우 행복한 일입니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현재는 이 영화를 사랑해주시고, 극장을 나가 또 영화 밖의 필요한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있는 관객분들께 응답하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에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소개되는 첫 기회를 만들어준 전주국제영화제에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코로나로 인해 모두의 일상에 피로도가 높을 때 이기도 하지만, 연말의 분위기가 주는 해방감이 조금이나마 서로의 마음에 평안을 줄 수 있길 기원해봅니다

또 만나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변규리(다큐멘터리 감독)
연분홍치마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첫 장편 다큐멘터리로 <플레이온>(2017)을 연출
 번째 장편으로 <너에게 가는 길>(2021)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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