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영상자료원이 공동 주관하는 ‘백 년 동안의 한국영화’는 100년의 역사가 지나는 동안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거나 이미 알려진 작품이더라도 재차 언급해야 마땅할, 영화사적으로 귀한 가치를 지니는 영화들을 상영한다. 상영작 가운데 가장 오래된 영화인 <지옥화>는 장르의 흥행사로 알려진 신상옥이 리얼리즘 지향의 감독이기도 했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며, 김수용의 <혈맥>은 오랫동안 묻혀 있었던 네오리얼리즘 계열의 걸작이다. <춘몽>은 유현목의 표현주의적 상상력이 만개했으나 당대에는 선정성 논란으로 빛이 바랬던 작품이며, <귀로>는 이만희라는 감독이 얼마나 현대적인 영화 어법의 선구자였는지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웅변한다. 이성구의 <장군의 수염>은 풍자 영화의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기억할 만하며, 하길종의 <한네의 승천>은 자신의 작품세계를 채 펼치지 못했던 천재 감독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문제작이다.
김기영의 <이어도>는 ‘하녀’ 시리즈에 가려 오랫동안 주목을 덜 받았던 김기영 세계의 결정판이며, 임권택의 <짝코>는 역사와 현실을 응시하는 한국적 리얼리즘이 무엇인지 역설한다.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는 이장호의 작가적 무의식이 가닿은 심원한 영화적 진경을 보여주며, 배창호의 <꿈>은 당대에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한국영화 미학의 극점에 달한 작품이다. 박광수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과 장선우의 <꽃잎>은 분단과 독재로 점철된 한국의 근현대사에 천착하면서도 독자적인 형식을 구축했던 코리안 뉴웨이브 세대를 대표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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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20회를 맞는 기념으로 기획된 ‘와일드 앳 하트’는 21세기 이후 제작된 영화들 가운데 가장 거침없으며 도발적으로 기획되고 연출된 감독들의 야심작 목록으로 채워진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이들 목록에 오른 영화 대부분은 비록 상업적 성공을 거두진 못했으나 동시대뿐만 아니라 후대의 영화인들과 관객들에게 깊은 영감 을 줄 수 있는 독창적 사례이다.
<반칙왕>은 장르의 스타일리스트로 한국영화계의 중심을 차지하기 전의 김지운이 만든,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코미디 중의 한 편이며, <지구를 지켜라>는 황당무계하고 불균질한 톤의 풍자라는 점에서 역시 전례가 없었던 장준환의 블랙코미디 데뷔작이다. <역도산>은 대자본이 투여된 한일합작영화 가운데 형식과 내용 면에서 가장 예술적 야심이 두드려졌던 송해성의 야심작이고, 윤종찬의 <청연> 역시 국수주의의 역풍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온당한 평가를 받았을 고 장진영 배우의 유작이다. 현대사의 대표적 사건을 다중의 필터를 통해 재조명한 임상수의 <그때 그 사람들>은 두 번 다시 만들어지기 힘들 유례없는 역사드라마이고,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소설을 연상시키는 분방한 서사로 등장했던 김수현의 데뷔작 <귀여워> 역시 지금 한국 영화계에선 만들어지기 힘든 작품이다.
그밖에 이명세의 형식 감성이 극점에 달했던 <형사 Duelist>, 성 소수자 문제를 대중영화의 화법에 실어 놀랄 만큼 경쾌한 호흡으로 그려낸 이해영, 이해준의 <천하장사 마돈나>, 멜로드라마의 형식을 급진적으로 해체하면서 경이적인 서정을 이뤄낸 정지우의 <사랑니>, 사악한 자본주의적 생존법에 관한 무시무시한 우화라 할 나홍진의 <황해(감독판)> 등이 와일드 앳 하트를 통해 다시 조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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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현재를 대변하는 거장이지만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로이 앤더슨의 작품들을 상영한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미술가이자 사진작가이며 인간에 대한 다양한 성찰을 스크린으로도 선보여 왔던 로이 앤더슨 감독의 진면목을 확인할 기회를 맞이한다. <2층 에서 들려오는 노래>, <유, 더 리빙> 그리고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 사자상을 받은 <비둘기, 가지에 앉아 존재를 성찰하다>와 같이 비교적 잘 알려진 작품은 물론이고, <자전거를 가져오다>와 같은 단편들을 통해 로이 앤더슨이 초기에 관심을 두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를 또렷하게 보여줄 것이다. 젊은 연인들이 머뭇거리거나 서성이는 아침 풍경을 담은 <자전거를 가져오다>는 인간을 향한 관심사와 인간의 모습에 서리는 다양한 몸짓과 순간들을 특유의 스타일로 담아내고자 하는 감독의 태도를 역력하게 엿볼 수가 있다. 사랑과 꿈, 공허함과 응시, 방황과 파멸하는 관계를 그려내는 일련의 영화들은 동시대 감독 중 가장 첨예할 뿐만 아니라 독특한 시선으로 예측불허의 장면들을 이어가고 있다. 등장하는 대상들을 친절함보다는 불친절함으로, 친숙함보다는 낯섦으로 박제하고 관음하는 앤더슨의 세계는 다양한 불협화음을 통해 끌어당기는 세상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것은 관객들의 심상에 파고를 일으킨다. 올해 특별전에는 로이 앤더슨과 작업해온 대표적인 촬영감독 게르게이 팔로스가 찾아와 깊이 있는 ‘마스터 클래스’ 시간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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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아카이브: 끝나지 않는 연대기’는 작년 ‘디즈니 레전더리’로 시작한 ‘아카이브 특별전’의 두 번째 기획이다. 영화사, 작가, 사조, 스튜디오 등 하나의 토픽에 대한 기록, 보존, 재조명의 취지를 갖는 아카이브 기획은 올해 우리 시대 대중문화의 신화인 ‘스타워즈’를 조명한다.
“아주 먼 옛날 은하계 저편에는(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스타워즈’를 소개하는 글이라면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 격인 프롤로그 자막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든다. ‘스타워즈’는 단순히 영화의 차원을 넘어 전 세계가 즐기는 문화인 까닭이다.
‘전 세계’의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수치가 있다. 『넛지』의 공저자 캐스 R. 선스타인은 『스타워즈로 본 세상』에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상영이 한창이던 2016년 초까지 ‘스타워즈’ 프랜차이즈가 전 세계적으로 벌어들인 총수입이 302억 달러라고 밝혔다. 이 수치는 GDP(국내 총 생산)로 따졌을 때 전 세계 193개국 중 중간에 해당한다고 하니, ‘스타워즈’는 현대 엔터테인먼트의 신화다.
신화의 출발은 좀 암울했다. ‘스타워즈’ 창조자 조지 루카스가 자신의 집에서 특수효과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의 첫 시사를 가졌을 때 참석했던 이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좀 더 예술적으로 만들 수는 없었나!” 하지만 개봉 후 이 영화가 일으킨 파장에 대해서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이렇게 표현했다. “1970년대 초기를 휩쓸었던 독립영화 제작의 황금기를 효과적으로 끝맺고 영화산업의 초점을 대규모 특수효과 블록버스터로 이동시켰다.”
피터 바스킨드가 쓴 『헐리웃 문화혁명』은 조지 루카스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와 ‘제임스 본드’를 합성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 ‘스타워즈’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전한다. 조지 루카스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좋아하면서도 지나치게 불투명한 이야기에 고개를 저었고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 ‘스타워즈’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신화’는 여러모로 ‘스타워즈’ 시리즈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이야기를 발전시키기 위해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같은 판타지와 신화 관련 서적을 두루 살핀 건 잘 알려졌다. 그중 조지프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참고하여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웅의 여정을 현대적인 신화로 각색했다는 게 『스타워즈로 본 세상』이 설명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첫 삼부작이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독특한 제작 연대기의 배경이 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 <스타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에 앞서 만들어졌다. 에피소드 4, 5, 6부는 루크 스카이 워커, 레아 공주, 한 솔로가 주축이 된 반란군과 다스 베이더가 이끄는 제국군의 전쟁을 다룬다. 에피소드 1, 2, 3부는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아미달라 여왕과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에 실패하면서 다스 베이더로 변모하는 사정을 살핀다. 4, 5, 6부의 전사에 해당하는 1, 2, 3부를 구현하려면 좀 더 발전된 기술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후에 만들었다는 게 조지 루카스가 밝힌 바다.
‘스타워즈’의 팬들은 CG에 과도하게 의존한 1, 2, 3 부가 4, 5, 6부의 매력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한다. 과학적 근거에 의존하지 않는 ‘스타워즈’는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 폭발음이 난무하고 유인원 외계인 추바카와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 ‘공상’ 과학에 가깝다. 그래서 정교한 CG보다 수작업에 의존한 특수효과로 이뤄진 4, 5, 6부가 이 시리즈의 세계관에 더 적합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를 지지하는 이가 J.J. 에이브람스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와 개봉이 예정된 <스타워즈 에피소드 9>(2019, 가제)의 메가폰을 잡았고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등 최신 삼부작의 최전선에 선 인물이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사라진 루크 스카이워커를 찾기 위한 제국의 잔당 퍼스트 오더와 포스에 선택된 존재 레이, 퍼스트 오더에서 전향한 핀과 반란군의 파일럿 포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J.J. 에이 브람스는 클래식 삼부작이 일군 세계관과 수작업의 연출을 이어받았다. 그 결과, 올드팬과 새로운 팬을 모두 사로잡으며 1, 2, 3부 이후 포스를 잃은 ‘스타워즈’ 신화의 현대적인 복권(復權)을 이뤘다.
현대의 ‘스타워즈’ 팬들은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각자의 문화로, 놀이로 ‘개척’한다. 개봉 날이면 좋아하는 캐릭터 복장으로 극장 앞에 모이고 영화 관람 후의 여운을 간직하기 위해 소설로, 애니메이션으로, 패러디 영화로, 장난감으로 팬픽 문화를 만들며 ‘스타워즈’의 영토를 우주적으로 확장한다. 미국 서부의 개척 정신을 우주 배경의 팝 문화로 이끈 클래식 삼부작이 미국적이었다면, 에피소드를 더한 ‘스타워즈’는 이제 전 세계 팬들과 함께하는 국제적인 이벤트로 위용을 과시한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지금까지 공개된 8편의 ‘스타워즈’ 에피소드를 특별전 형식으로 상영한다. 이 기간 동안 “포스가 함께하시기를!(May the Force Be with You!)” [허남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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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도로 펼쳐지는 시각 이미지와 상호작용을 이용하여 다른 차원의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도록 하는 VR 영화는 여러 영화제에서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뿐만 아니라 게임과 공연, 방송, 스포츠 등 여러 인접 분야로 확장되고 있으며, 다양한 실험과 융합이 수년간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이는 ‘VR 시네마 특별전: 눈앞에 펼쳐진 미래 영화’는 이러한 흐름들을 일별하면서 새로운 미디어를 통한 영화적인 경험에 집중하고자 한다.
총 세 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특별전을 통해 한국의 우수한 VR 작품과 해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VR 작품을 모아 선보인다. 해외 작품으로는 무고하게 수감되었던 청년이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담은 <집으로 보내줘>, 론이라는 아티스트의 작품세계와 전시를 따라가는 <론>, 괴수들이 도시를 부수며 벌이는 코믹한 작품 <카이주의 대결> 그리고 최근에 베니스, 선댄스 등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아르헨티나 작품으로 하반신 마비 여성의 성적 체험기인 <블라인드 데이트>가 초청되었으며, 한국 작품으로는 한 소녀의 환상을 따라가는 <고스트>, 폐가의 공포체험기인 <호로마루>, 그리고 소인의 시점으로 곤충세계를 탐험하는 <1인치 VR>을 소개한다. 끝으로 작년 한 해 최고의 VR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스피어스’ 삼부작은 직접 우주의 탄생을 목격하고, 손으로 행성을 만져보기도 하는 오감이 살아나는 VR 시네마의 최전선이다. VR 1관에서는 ‘스피어스’ 삼부작, VR 2관에서는 ‘VR 시네마 1’과 ‘VR 시네마 2’가 교차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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