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장편영화 제작·투자 프로젝트로 전환한 후 일곱 번째를 맞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2020’은 올해 신작 2편과 과거 프로젝트 중 새로운 편집본을 내놓은 영화 3편을 공개한다. 신작 프로젝트 2편은 모두 한국영화로 이승원 감독의 <세 자매>와 박근영 감독의 <정말 먼 곳>이 주인공이다. 두 감독 모두 전주국제영화제가 주목해 온 신인으로 과거 한국경쟁 부문에 선정돼 독립영화의 다양한 면모를 선보인 바 있다. <세 자매>는 독특한 인물들과 종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구성된 가족 드라마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인생 여정을 그린다. 가족과 사회가 야기하는 트라우마를 개성 뚜렷한 세 배우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를 통해 드러내는 작품이다. <정말 먼 곳>은 사람들을 피해 고요한 강원도로 들어간 주인공을 찾아온 애인과 가족에 의해 생기는 삶의 균열을 묘사한다. 영화는 선택할 수 있는 삶과 선택할 수 없는 삶의 교차 지점에서 맞닥뜨리는 고통의 순간을 그리지만, 그럼에도 생명과 보살핌의 힘으로 지속되는 삶의 온기를 보여준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영화들은 감사하게도 다수의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그중 최초 편집본을 새롭게 단장한 영화, 한국 관객에게 공개되지 않은 최종편을 내놓은 영화를 모아 이번 ‘전주시네마프로젝트2020’에서 새로이 공개한다. 다미앙 매니블 감독의 <이사도라의 아이들>은 전설적인 무용수 이사도라 던컨이 두 아이를 사고로 잃고 창작한 독무 <엄마>를 매개로 펼쳐지는 네 여인에 대한 이야기로, 절제된 대사와 사건을 바탕으로 위로의 손길을 전하는 작품이다. 2019년 로카르노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감독상을 비롯해 산세바스티안, 마르델플라타 등 다양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고, 프랑스 개봉 시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카밀라 호세 도노소의 <노나>는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후 새로운 편집본을 로테르담, 뉴욕 링컨센터, 트라이베카영화제 등에서 선보였다. 누구에게도 자신을 굽히지 않는 예순여섯의 여전사 ‘노나’가 방화를 저지르면서 황혼기를 보내는 이야기로 다큐와 픽션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이다. 실제 감독의 할머니 사연을 바탕으로 각본이 쓰여졌는데, 영화에 직접 출연까지 한 노나는 올해 자신이 살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생을 마감했다.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스 알멘드라스 감독의 <우리의 최선>은 그리스 비극 「파이드라」을 각색하던 연극 연출가의 이야기로, 자신의 사생활이 연극과 같이 흘러 엉망이 되어 버린 삶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예술가의 초상을 보여준다. 지난 2년간의 추가 편집 작업을 마치고 감독판 편집본을 올해 전주에서 처음으로 공개한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제작과 배급 여건이 어려워져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해외 영화를 공개할 수 없게 된 상황을 아쉽게 생각하며, 모든 작품들이 힘든 상황을 꿋꿋이 헤쳐 나가 차후 안전하게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글_문성경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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