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두 번째 민주화 혁명이 쓸고 지나간 자리의 중앙아시아 북부지역, 키르기스스탄을 배경으로 한다. 2005년 3월, 14년 동안 장기 집권했던 아스카르 정권의 부정선거에 반발하는 민주화 운동이 키르기스스탄 전역에서 벌어졌다. 이는 ‘튤립 혁명’으로, 키르기스스탄 북부 산악지역에 자생하는 야생 튤립을 혁명의 상징으로 사용해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이 튤립 혁명 이후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국경지대에서는 지속적으로 민족 간의 유혈 충돌이 발생했다. 권위적인 대통령제를 민주주의로 바꾸기 위한 혁명이었으나 그 변혁의 속도는 매우 더디고 느리게 퍼져가고 있었다. 키르기스스탄의 프리랜서 사진가인 샤이호는 키르기스인의 눈으로 당시의 이야기들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지금까지 공개되지 못했던 키르기스스탄 내부의 분열들, 튤립혁명을 발단으로 변화하기 시작했고 변화를 강요당했던 소시민들의 전부가 그의 사진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감독은 이런 샤이호의 뒤를 좇는다. 외부인인 펫셔와 키르기스인인 샤이호의 동행은 현지인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키르기스스탄 내부에서 일어나는 혁명의 과정과 변화의 족적을 따라가며 이에 대한 자신들의 주관적인 경험과 간증을 열거한다. 부정세력의 잔재를 떨쳐내려는 작은 시도들과 주민들의 눈물은 1985년 4월 선포된 소련의 사회주의 개혁 이데올로기를 연상시킨다. 미미하지만 묵직하고도 진중하게 재건되는 변화의 산물, 여기 또 하나의 ‘페레스트로이카’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