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눈물>은 전상국의 소설 ‘우상의 눈물’과 동일 작가의 단편 ‘돼지 새끼들의 울음’을 혼합한 작품이다. 영화는 한 고등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권력을 앙망하는 소년들의 세계와 그들을 주재하는 교사의 관계를 보여준다. 유급생 기표를 순치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당대 한국 사회를 물들인 전체주의 질서의 폭력성을 알레고리화하고 있다. 원작을 옮기면서 송길한은 폭압의 시대를 통찰하는 명철한 당대의식을, 임권택은 간결하고 단호하기 그지없는 시각적 표현을 입혔다. 주제의 강렬함이 눈에 띄지만, 이에 더해진 영화의 기여는 깊은 주제의식과 장면 연출에서 찾을 수 있다. 특별히 공간에 대한 묘사가 탁월한데, 주 무대가 되는 교실의 안과 바깥을 넘나드는 카메라와 남자 고등학생들의 내면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자신의 급우를 치도곤 한 이웃 고등학교로 쳐들어가 난장을 피우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기표가 배를 자해하는 장면은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장병원]